생명과혁명 세미나 ∥ 2017년 1월 14일 일요일 ∥ 발제자: 손보미
텍스트:브뤼노 라투르, 『젊은 과학의 전선』, 아카넷, 황희숙 옮김, 205~242
3장 장치
0 머리말: 사실 구축자(fact-builder)의 곤경
2 .이해관계 그룹의 정렬 (242~266,2)
이해관계의 번역에서는 “어떻게 다른 사람의 이해관계를 유인하는지”를 살펴보았다. 이제 다른 절반, 즉 “어떻게 그들의 행위를 예측가능하게 만들 것인가”의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 이것은 훨씬 더 어려운 과제다.
2.1 한 사슬의 강도는 가장 약한 고리에 의해 좌우된다.
- 이해관계의 일시적인 병치상황을 하나의 항구적인 전체로 바꾸기 위해서는 무언가가 더 필요하다. 이 “자그마한 무엇”이 빠진다면, 어떤 주장이 블랙박스로 바뀌는데 필수적인 결집 군중은 예측할 수 없게 움직일 것이다.
- 우리가 기다란 사슬을 만든다면 그 부분들 일부가 얼마나 웅장하건 상관없이, 사슬은 그것의 가장 약한 연결 고리 딱 그만큼만 강하다. 이스트먼이 아마추어 시장을 잡기 위해 자기의 전 회사를 동원하더라도 필름의 코팅에 수포가 생기면 그의 전체 사업이 끝장난다. 기다란 사슬에 하나의 실종된 고리가 있는 셈이다. 하찮은 동맹자 하나가 제몫을 이행하지 않고 결장한 것이다. 인화지에서 셀룰로이드로 바꿈으로써 이스트먼은 이 귀찮은 수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2.2 새로운 예기치 않은 동맹자들과 제휴하기
- 초기의 전화선은 음성을 단지 몇 킬로미터만 전달할 수 있었다. 이 한계를 넘으면 음성이 잘못 전달되고, 잡음이 가득했다. 메시지가 끊겨서 전달되지 못했다.
- 13킬로마다 매번 신호를 ‘증폭시켜’ 거리는 늘어날 수 있었다. 1910년에는 자동 리피터(재생 중계 장치)가 발명되었다. 그렇지만 값비싸고 믿을 수 없는 이 리피터는 고작 몇 개 회선에만 장착될 수 있었다.
- 벨사의 중역 주이트는 물리학자 밀리컨에게서 배운 것을 기억해 내는데, ‘전자’의 특성 가운데 하나는 관성을 거의 갖지 않는다는 점이다. 관성을 갖지 않는 것은 에너지를 거의 잃지 않는다.
- 주이트는 밀리컨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밀리컨이 해줄 수 있는 것은 주이트에게 그의 학생들 중 최고의 학생들을 몇 명 쓰게 하는 것이었고, 벨사는 그들에게 설비를 잘 갖춘 실험실을 제공했다.
벨사의 경영진은 기초물리학이 물리학자에게는 좋겠지만 사업가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곧 깨달을 것이다. 전자는 압력이 높으면 새로운 3극 진공관의 한쪽 전극에서 다음 전극으로 건너뛰려 하지 않고, 진공관을 푸른 연무로 채울 수도 있다.
- 이 회사에 고용된 물리학자 중의 한 명인 아널드는, 진공도가 아주 높은 경우 매우 높은 전압일지라도, 한쪽 말단에서의 최소로 경미한 진동이 다른 말단에 강한 진동을 촉발한다는 사실을 통해, 신호를 크게 증폭하는 전자의 출현을 가능하게 했다.
- 이 새로운 전자 리피터는 벨 아줌마(AT&T)의 집단적 작업에 의해 곧 하나의 블랙박스로 변형되고, 미국대륙을 가로질러 가설된 5500킬로미터에 이르는 케이블을 따라 여섯 곳에서 한 개의 상례적인 장비 부품으로서 통합된다.
- 소비자들이 이제 벨사의 연결망을 통해서 대륙 반대편의 해안으로 전화를 할 수 있고, 더불어 벨사의 확장에 기여하고 있다. 물리학 역시 바뀌었는데, 그 경계가 대학 내의 간소한 설비를 갖춘 몇 개의 실험실에서 산업계의 기금이 충분한 많은 실험실로 변형되었다.
- 동맹자의 리스트에 전자와 밀리컨과 그의 제자들과 새로운 실험실을 가산함으로써 벨아줌마는 세력 관계를 수정했다. 더 원거리에 도달해야 하는 점에서 약점이었던 부분이 이제 다른 무엇보다도 더 강점이 되었다.
- 우리는 동맹 관계의 본질에 대해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제나 느끼고 있다. 요소들은 인간인가?, 비인간인가?, 그것들은 기술적인가?, 아니면 과학적인가?... 그러나 진짜로 중요한 유일한 물음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이 새로운 결합이 저것에 비해 더 약한가?, 아니면 더 강력한가? 하는 것이다.
2.3 세력의 관계
- 이해관계 그룹은 일련의 번역을 통해 움직이면서, 그 자체가 너무 강력히 매여 있어 절대 분쇄할 수 없을 그런 완벽하게 새로운 요소들에 의해 포위될 때, 그들은 한쪽에 정렬해 있을 것이다.
- 병치된 동맹자 집합을 하나처럼 행동하는 전체로 변형하는 가장 간단한 수단은 소집된 세력들을 묶는 것, 즉 장치(machine)를 만드는 것이다. 장치는 그 이름이 함축하듯 무엇보다 간계(machination)이며, 책략(stratagem)이며, 일종의 간지(cunning)로서, 그 속에서 차용된 세력들은 상호 감시를 하며 그 결과 어느 누구도 그룹에서 떨어져 나갈 수 없다. 이 점이 장치를, 어떤 남자나 여자의 수중에 직접적으로 소유되어 있는 단일 요소인 도구(tool)와 다르게 만든다. 동맹관계는 권모술수(machiavellian)이다.
- 만일 집결한 세력들이 정비사의 역할을 서로에게 함으로써 상호 감시를 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이것은 실제로는 집결세력들이 혼자 힘으로 이동할 것임을 의미한다. 이 말은 처음엔 우스워 보일 텐데, 인간이 아닌 요소들도 집결 세력을 정렬시키기 위해 검열관, 조사자, 감독관, 분석자, 그리고 리포터의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 기술자의 능력은 각 요소를 다른 것들의 작동과 이해관계가 있는 것으로 만들어주는 책략을 늘리는 데 있다. 무질서 하고 믿을 수 없었던 동맹자들의 집합은 하나의 조직화된 전체를 매우 닮은 것으로 서서히 변모한다. 그러한 응집(cohesion)이 이루어지면 우리는 드디어 하나의 “블랙박스”를 갖게 된다. 사실 구축자들이 시공간에 널리 확산시키고자 했던 요소들은, 하나의 자동장치로 되기 전까지는 블랙박스가 아니다.
3. 확산 모델(model of diffusion)과 번역 모델(model of translation)
사실 구축자의 두 가지 전략 (① 인간 행위자 징병enlist과 관심 유발(이해관계의) 전략 ② 비인간 행위자의 징병과 이해 관계를 갖게하는 전략)이 성공적일 때 구축된 사실은 불가결한 것 된다. 이것은 자신의 이해관계를 추구하는 모든 이에게 필수통과지점(opp)이다. .. 그 결과 주장들은 잘 확립된 사실이 되고, 원형들은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장비 부품들로 된다. ... 그것들은 시공간으로 확신된다. .... 여기서도 야누스 두 가지 언어로 말하고 있다. 오른쪽 얼굴은 아직 판가름 나지 않은 논쟁들에 관한 번역(translations)에 대해 말하고, 왼쪽 얼굴은 확산(diffusion)의 언어로 확립된 사실과 장치에 대해 말한다. 우리가 과학의 건설 현장에서 어떤 이익을 얻고자 한다면, 야누스의 이 두 가지 음성을 분간해야 한다.
3.1 관성
확산 모델의 특성
1) 사실들은 독자적 관성을 지닌다. 그것들은 심지어 사림이 없이도 움직이고 존재해 왔을 것처럼 보인다.
2) 사실들이 서로 번식(재생)하는 것으로 상정된다. 사실들을 나르는 많은 사람들, 사실을 형성하고, 사실에 의해 형성되는 수많은 존재들, 어떤 결합이 더 강하거나 약한가를 결정하는 복잡한 협상도 전부 망각되었다. 따라서 확산 모델에서는 새로운 것에 대한 유일하게 합리적인 설명은 창시자, 과학의 첫 번째 남성과 여성에게 달려 있다. 그러므로 관성과 새로운 것을 화해시키기 위해 발견이라는 개념이 고안되었다. 수많은 행위자들을 쓸어내 버리고 확산론자들은 아이디어를 가진 천재들을 그려 보인다. 나머지는 발달일 뿐이고, 진짜로 중요한 ‘독창적 원리들’의 전개에 불과하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 그렇게 가치를 두는 ‘아이디어’가 실은 .. 확산 모델의 불합리한 결과를 벗어나기 위한 방책이며, 모든 것을 해낸 소수의 사람이 사실은 어찌 그렇게도 적게 기여했는지를 설명하기 위한 방책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3) 확산 모델은 모든 상반된 증거들에 맞서면서 버티는 해석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어떤 사실이 신뢰되지 않을 때, 어떤 혁신이 채택되지 않을 때, 어떤 이론이 완전히 다르게 쓰일 때, 확산 모델은 ‘어떤 그룹이 저항한다’라고 말할 뿐이다. 즉 확산 모델은 이제 아이디어와 장치의 고르지 않은 확산을 설명하기 위해 어떤 사회라는 개념을 꾸며 낸다. 이 모델에서 사회는 아이디어와 장치가 그것을 통과해 가는 상이한 저항들의 매체일 뿐이다. ... 이것이 비대칭의 원칙이라고 불려 왔다. 이성의 참된 경로가 직선일 때가 아니라, 오직 ‘왜곡되었을’때에만 사회적 요인들에 대한 호소가 나온다.
4) 확산 모델을 위해 고안된 사회는 .. 사회를 구성하는 ‘집단들’은 사상의 정상적이고 논리적인 경로를 항상 방해하거나 빗나가게 하지는 않는다. 그것들은 저항자나 준지도자에서 지도자로 돌연 바뀔 수도 있다.
--> 확산 모델은 결합의 복잡한 체계들을 잘라내 버리고, 최소한 원칙상으로 내내 존재해 왔던 혈청만을 끄집어내고, 그리고 나선 ‘집단들’이란 것을 고안해 내고, 그 집단들에 처음엔 저항했으나 마침내 그 발견을 수용해 주는 것으로 “결국 끝난(turned out)” 것이란 식으로 말하다.
3.2 더 약하거나 강한 결합
블랙박스가 되면, 기술자와 연구자뿐 아니라, ‘단순 고객들’까지도 이해 관계를 갖게 된다.
단순 고객들은 발전과 혁신의 단계에 참여할 필요는 없지만 가장 강고한 블랙박스조차 여전히 단순하지는 않은 고객에 유지 보수되어야 한다. 또 블랙박스가 더 자동적이고 더 확고한 것일수록 더욱더 그것은 사람을 동반해야만 한다. .. 블랙박스는 혼자서는 관성을 갖지 않는다.
블랙박스는... 오직 많은 사람들의 행동을 통해서만 시간 속에서 내구력을 갖는다. .. 그러나 연쇄 사슬에서 사람들의 유형, 숫자와 특성은 변경될 것이다. 즉 대상들을 옆에서 움직이게 하는 사람들이 항상 존재하지만, 그들은 줄곧 동일한 사람들은 아니다. 동일인이 아닌 그들은 블랙박스의 운명을 다른 요소들에 연결시키고, 블랙박스는 다른 사람들의 손에 넘겨져 더 쉽게 확산될 수 있다.
블랙박스의 동맹시스템의 두 방식
1) 소시오그램 : 누구를 가입시키려고 고안하고 있는가?
2) 테크노그램: 그 무엇에 연결되어 가입을 불가피한 것으로 만드는가?
블랙박스는 이러한 두 동맹 시스템 사이의 중개물(in between), 필수통과지점(opp)이다. 또 블랙박스가 성공적이고 자동 장치로 전환 되었을 경우, 최고 숫자의 최고로 강력한 결합들을 집결시킨다. .. 이것은 블랙박스에 모여 있는 결합들의 수가 불균형적이고, 그 결합들이..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데, 어쨌든 모든 책략이 성공적일 때 우리는 이 불균형을 때로 잊게 된다. 과학과 기술의 산물은 이런 점에서 사회적인 것으로 묘사되어야 한다.
사실과 장비가 무엇인가를 이해하는 일은 사람들이 누구인가를 이해하는 일과 동일한 과업이다... 역으로 함께 연결된 새 그룹들을 관찰해 보면 어떻게 장비들이 작동하고, 왜 사실들이 견고한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공통된 유일한 문제는, 어떤 결합이 더 강하고 어떤 것이 더 약한지를 알아내는 일이다... 따라서 사실과 장비가 무엇인가를 이해하는 일은 사람들이 누구인가를 이해하는 일과 동일한 과업이다. 이러한 본질적 교의가 우리의 세 번째 원칙을 구성한다.
3.3 네 번째 방법의 규칙
사회에 대한 두 모델의 이해가 다른다.
1) 확산 모델에서 사회는 이해관계를 갖는 그룹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그룹(사회)은 자기들의 독자적 관성을 가진 사실과 장치 이 양자에 저항하거나 수용하거나 또 무시한다. 그 결과 우리는 한편에 과학과 기술을, 다른 편에 사회를 갖는다. 이런 까닭에 우리는 과학, 기술, 사회라는 세 영역이 존재한다는 생각에 이른다. 더구나 이렇게 고안된 사회가 그것의 요인들의 영향력을 통해 과학과 기술을 설명하고자 나선다. 이런 설명은 사회를 자신들의 설명에서 원인으로 사용하지만 사실은 무수한 연관 관계들을 인위적으로 추출하고 정제해낸 결과가 사회라는 사실을 그들은 깨닫지 못한다.
그러나 번역 모델에서는 그런 구분이 없으며 때때로 필수 통과 지점(opp)을 창조해 내는 이질적인 결합의 사슬만이 있다.
자연은 일단 사실이 만들어지면 그 배후에 있는 것이지, 만들어지고 있는 사실 뒤에 놓여 있지는 않다. ... 우리는 작업 중인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을 쫓는데, 그들은 자연의 본성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 이것은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이 새로운 결합 관계를 시험해 보고, 그 속에 들어가 작업할 내부 세계를 창조하고, 이해 관계들을 바꿔놓고, 사실들을 협상하고, 그룹들을 다시 섞고, 새 동맹을 모집하는 일에 그토록 분주하다는 것을 전혀 모른다.
우리는 (대)자연에게 주지 않았던 특권들을 (대)사회에도 허락하지 않는다는 대칭규칙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네 번째 방법의 규칙은 세 번째 규칙과 완전히 똑같이 읽히며, 단지 (대)자연 대신 (대)사회라는 단어를 대체시키고 나서 두 개를 융합하는 것이다. 어떤 논쟁의 종식은 (대)사회의 안정성의 원인이기 때문에, 한 논쟁이 어떻게 또 왜 종식되었는지를 설명하는 데 (대)사회를 사용할 수가 없다. 인간 자원과 비인간 자원들을 가입시키고 통제하려는 노력들을 대칭적으로 고려해야만 한다.
질문>
누군가의 불행, 슬픔, 분노는 사실인가? 예를 들어 세월호 사고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의 분노와 슬픔은 사실인가? 그것들은 수 많은 상이한 관점을 가진 관계자들과 논의하고, 다종다양한 심리분석가들과 상의 후 혹은 선체 전문가들, 언론인들, 법조계 사람들의 수많은 논의를 거쳐 슬픈 것들이라고 나중에 판명되는 것인가?
“안정된 사회 상태는 해결되는 논쟁들의 결과일 것이다.”라는 주장에서 안정된 것이라는 것이란 너무나 요원하고 모호한 개념 아닐까?
사회 상태는 결과로서도 사회지만 원인으로도 사회이지 않을까? 자연도 그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