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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조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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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k ☆140자 다지원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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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붕괴와 새로운 지성 주체들의 등장

다중지성의 정원 사무국
이 글은 격주간지 기획회의 295호에 실린 글입니다

<다중지성의 정원>(이하 <다지원>)은 2007년 10월 5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개원하였습니다. <다지원>은 1994년부터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출판 활동을 벌여온 <갈무리 출판사>와 2000부터 2002년까지 강좌와 세미나를 열며 현대 자본주의의 내적 구조와 새로운 제국적 지배질서를 연구해 온 <다중문화공간 왑>, 그리고 번역과 집필을 통해 정치적 목소리를 내 온 웹진 <자율평론> 등 다양한 활동으로 구성되었던 <다중네트워크센터>가 확장되고 발전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9년 11월에 <다지원>은 <연구정원>(waam.net), <강좌정원>(daziwon.net), <출판정원 갈무리>(galmuri.co.kr), <메타블로그 자율광장>(daziwon.org), <웹진정원 자율평론>(http://waam.net/xe/autonomous_review) 등 다섯 개의 정원으로 세분화되었고, 각각의 마디(node)들은 자기 나름의 독특한 체계 · 목적 · 역사 · 공간을 가지면서도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강좌정원>은 문학 · 철학 · 언어 · 과학 · 예술 · 청춘 등에 대한 대안적이고 실험적인 강좌들을, <연구정원>은 철학 · 미학 세미나와 각종 학습 및 연구모임들을, <갈무리>는 도서출판활동을, <자율평론>은 자율주의적 맑스주의와 공명하면서 웹저널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지원>은 오늘날 지성의 영역에 뚜렷해지고 있는, 대학의 부패와 붕괴 그리고 새로운 지성 주체들의 등장이라는 두 개의 그림으로부터 출발하였습니다. 첫 번째로는 대학이 경쟁과 고통, 부패로 점철되고 그 창조적 기능을 점차 상실해 가고 있다는 인식이었습니다. 오늘날 대학은 기업화되고 상업화되어 취업훈련소로 전락하면서, 지성과 사유가 떠난 자리에는 프랜차이즈 커피숍, 취업설명회, 무한학점 경쟁, 교수평가제, 등록금 상승 같은 신자유주의적 도구들이 자리 잡았습니다.

이러한 대학의 성격 변화는 대학 구성원들의 삶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대학 속에서 학생들과 교수들은 제자와 스승으로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기능을 담당하는 수익원천으로서 만납니다. 한 학기에 5~600만원에 달하는 등록금 때문에 학생들은 졸업 후 수십 년 동안 갚아도 모자랄 빚을 져야먄 4년 간의 대학생활을 마칠 수 있습니다. 비정규직 강사들은 생활고에 허덕이면서 안정적인 수입이 확보되는 교수가 되는 그 날까지 연구와 교육을 위한 열정을 미뤄두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경쟁의 처방만 내려지는 대학에서는 삶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과제들이 배제되어, 수많은 비정규직 강사들과 대학생/대학원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그러진 풍경이 오늘날 대학의 모습입니다.

두 번째 그림은 아래로부터 형성된 새로운 주체들의 등장입니다. <다지원>의 취지문은, “장애인들은 이동권보장을 요구하며 한강 다리를 건너는 시위를 벌였고 이주노동자들은 조합이나 단체를 결성하여 이주를 불법화하는 체제와 맞서 싸우고 있으며 여러 곳에서 주민들은 핵폐기물처리장 건설을 반대하며 싸우고 있습니다. KTX 여승무원들이나 이랜드 노동조합원들이 보여주듯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역시 지속적이고 확산적입니다. 여성들이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지는 오래 되었습니다. 우리의 삶을 생태의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생태를 지키려는 움직임들 역시 거셉니다. 새로운 주체성들이 형성되고 있고 여기서 새로운 지적 힘들이 솟구치고 있”음에 주목하였습니다.

특히 2008년 5월부터 이어진 촛불봉기는 아래로부터의 투쟁의 흐름들이 전 사회적으로 폭발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매일 열린 집회는 모두가 전문가이고 모두가 지도자인 수평적인 방식으로 조직되고 진행되었습니다. 다양한 관점과 이력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네트워크적 방식으로 연결되어 협력하면서, 권력의 기만적이고 권위적인 언행에 유머와 재치, 위트의 지성으로 맞섰습니다. 이 투쟁들에서, 가르친다, 선전한다, 선동한다, 교육한다 등 기존의 교육을 특징짓는 지도적 술어들은 설자리가 없었습니다. 이 싸움들은 전문가, 지도자, 교육자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뒤집음으로써, 우리에게 교육, 교사, 지식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새로운 주체성들의 등장은 그 자체로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감성, 새로운 생각, 새로운 태도를 갖도록 교육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회주체들의 투쟁과 운동이야말로 대학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교육기관이고 교육제도입니다. …… 우리는 이 새로운 사회적 주체들을 다중이라고 부르면서 다중이 표현하는 정보적, 정동적, 행동적, 소통적 지성들을 다중지성이라고 부르고자 합니다. 대학이 그 부패 속에서 수익성 척도에 따라 서열화 되고 협소하게 격자화된 관심을 논리화한 전문지성을 양산한다면 다중지성은 삶의 존재론적 가치를 강조하는 협력적이고 창조적인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다지원> 취지문 중에서)

다양하고 특이한 주체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이 투쟁들 속에서 새로운 지적 힘들이 생산되었고, <다지원>은 이 힘들이 접속하고 협력하면서 공통적인 것을 발견해 가는 지성기관을 목표로 합니다.
“그것은 기존의 대학과는 달리 위로부터 아래로 흐르는 한 방향의 흐름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자가 가르치고 가르치는 자가 배우는 다방향의 흐름이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세대와 세대가 합류하고 운동과 운동이 서로 가르치면서 전문가와 일반인, 전위와 대중의 구분이 사라지는 공간이어야 할 것입니다.”(<다지원> 취지문중에서)

<다지원>은 이러한 지향 속에서 우리의 몸과 사유의 막힌 지점들을 열어줄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개설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공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가능케 하는 네그리, 들뢰즈, 푸코, 아감벤 등 현대사상가들과 그람시, 맑스, 레닌처럼 바로 전 세기의 자본주의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실천적 가능성을 모색했던 사상가들의 사유들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노동이 점차 비물질화되고, 상품이 작품으로, 삶이 공연으로 되는 현실에서 <플럭서스와 그 예술가들>, <예술가란 무엇인가?> 등 예술을 다루는 <다지원>의 강좌들 또한 우리 삶의 근본적 고민들과 맞닿아 있습니다.

또 <다지원>은 그때그때의 사회 변화에 실천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과 태도를 모색하는 강의들을 개설합니다. 예컨대, 2008년에는 촛불운동이 제기한 문제들과 현대사회에 던져주는 성찰지점들을 검토하는 <촛불의 성격과 전망>, <제국 시대와 촛불 봉기>를 개설했습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8년 말에는 금융위기가 갖는 세계사적 의미를 생각해 보고 이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삶정치적 가능성을 모색하는 <세계 금융위기의 구조와 역사적 의미>를 준비했습니다. 그 밖에도 <88만원 세대, 불안정노동, 그리고 인지자본주의>, <신자유주의, 일제고사, 그리고 교육운동의 전망> 같은 강좌들은 현실에 비판적으로 개입하기 위한<다지원>의 노력의 일환입니다. 2011년 1분학기부터는 세계화된 공간 속에서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자유롭게 소통하기 위한 언어강좌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다지원>은 다중들의 지적 욕망에 충실하며 동시에 그 욕망 안에 살아 숨쉬는 정치성을 읽어내고 그것들을 현실화하는 정치적 실천의 장이고자 합니다. 또한 이론의 타당성이 검토되는 강좌 공간일 뿐만 아니라, 실천이 점화하는 우리 실재적 삶의 실험실이기도 합니다.

지난 날 에피쿠로스의 정원에서 지식인은 물론이고 매춘부, 아이들, 거지들이 함께 대화하며 공통의 의미를 생산했습니다. 지금 다중지성의 정원에는 학생, 교사, 교수,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 노동자, 가사 노동자, 성노동자, 실업자, 사무직 노동자, 서비스직 노동자, 연구원들, 아이들, 주민들 … 등이 함께 모여 현재의 질서를 넘어설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꾸리고 그것을 새로운 의미평면 위에서 조직화하는 <다중지성의 정원>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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