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세계화와 사회적 재생산

6장 신국제노동분업에서 재생산과 여성주의 투쟁

 

먼지

 

들어가며

 

1. 지난 20년간 여성해방운동이 국제적인 양상을 띠게 되었으나 세계경제의 재구조화가 여성의 물적 조건 안에서 만들어낸 변화들과 이 변화가 여성주의의 결속에 대해 갖는 함의를 대부분의 여성주의자들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2. ‘빈곤의 여성화’뿐 아니라 여성 내의 분열‧신식민적 질서의 유발을 인정하는 여성주의자들은 거의 없고, 자본주의적 관계의 전 세계적인 헤게모니는 배제한 채 성차별만을 비난하는 개혁주의적 입장에 만족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3. 그러나 이런 접근법으로는 여성에게 가해지는 새로운 착취의 근본 원인인 국제경제질서에 도전할 수 없다.

4. 경제의 세계화에 따른 제3세계 인구의 사회적 재생산 위기를 발판으로 ‘대도시’ 노동력의 재생산을 위해 여성노동을 활용하는 노동의 신국제분업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재생산노동의 전 지구적 재구조화는 국제적인 여성주의적 연대의 가능성을 잠식해 여성주의 정치에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신국제노동분업

 

1. 신국제노동분업은 1970년대 중반부터 노동 갈등 심화에 대응해 다국적 기업(특히 섬유, 전자 등 노동집약적 부문)이 ‘개도국’으로 산업시설을 이동시키면서 일어난 상품생산의 국제적인 구조조정이다.

2.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신국제노동분업으로 인해 제3세계가 산업화되며, 이 과정에서 국제노동의 위계를 없애는 한편 성별분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3. 그러나 1980년대 말경 세계 제조활동의 14%만이 ‘개도국’에서 이루어졌고, 산업 ‘붐’이 한국, 홍콩, 대만, 멕시코 등 몇몇 지역에 몰려 있었다는 사실을 보면 신국제노동분업의 실제 효과에 의구심이 든다.

4. 또한 자유무역지대의 도입은 지역자원을 고갈시키기만 할 뿐, 도입 국가의 산업 발달에 기여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임금을 낮게 유지함으로써 노동의 여건이 열악했다.

5. 여성의 경우, 불안정 속에서 장시간 일하고, 몸수색을 당하며, 강제 피임을 하는 등 박해를 받았다.

6. 그러나 자유무역지대의 여성 노동자들은 수동적인 피해자에 머물지 않았다. 지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투쟁을 조직해 대응했다. 자유무역지대의 존재 이유는 노동자들이 아무런 권리를 갖지 못하는 노동 환경을 창출하는 것이었던바, 자유무역지대로 인한 경제적 영향은 낙관적일 수 없다.

7. 신국제노동분업에 대한 기존 이론은 재생산노동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오로지 상품생산만을 유일한 노동이자 경제활동으로 인정하는 누를 범한다.

8. 경제적 세계화는 생산과 생산수단을 분리하고, 비시장지향적인 경제활동을 파괴함으로써 금전적인 관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금전적인 수입은 전혀 없는 세계 프롤레타리아트를 양산해냈다. 이로 인해 제3세계는 빈곤의 나락을 떨어졌다.,

9. 신자유즈의적 기획의 참상은 모든 것을 이윤의 논리 안에 포섭하려는 시도의 결과다.

10. 구식민국에 해외수입품이 들어오자 산업적인 자율성을 획득하지 못한 채 지역산업은 피폐해졌다. 자유무역지대의 건설은 오히려 해외기업들이 임금을 낮게 유지할 수 있게 해 이 현상을 심화했다. 제1세계가 제3세계의 부를 빨아들였고, 이에 따라 ‘남’에서 ‘북’으로 이민 행렬이 이어지게 되었다.

11. 부채 위기와 구조조정은 제3세계를 이민노동자 저장소로 만들었다. 이민노동자들은 제1세계에서 노동비용 절감과 지역노동계급 억압을 위해 사회적‧정치적으로 가치절하되었다.

12. 본국에 남아 있는 이민자 가족은 대량실업, 생필품 부족, 전염병, 노예와 같은 노동, 재정 압박 그리고 이러한 환경으로 인한 폭동 상황 등으로 인해 고난의 삶을 이어갔다.

13. 이 같은 상황을 고려했을 때, 성차별에만 배타적으로 관심을 가진 채 자본주의적 관계의 진전이라는 맥락 속에서 ‘빈곤의 여성화’를 짚어내지 못하는 여성주의 프로젝트가 현실과 괴리되었거나 포섭전략일 뿐이라는 비난은 정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