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지원 세미나강좌 PRAB & NEHU ∥2012년 01월 07일∥발제자: bostridge

실비아 페데리치,『캘리번과 마녀』, 갈무리, 2011, 19-23쪽

 

1.1. 이 책은 봉건제에서 자본주의로 “이행”하던 시기의 여성에 대한 주요 연구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1.2. 이 프로젝트의 주제를 연구하던 1970년대에 성차별을 연구분석하던 주요도구들은 급진적 여성주의와 사회주의적 여성주의였는데 내가 보기에는 이 두 이론들 모두가 여성의 사회적, 경제적 착취의 근원에 대해 만족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급진적 여성주의자(radical feminism)들은 성차별과 가부장제를 생산과 계급관계로부터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초역사적 문화구조의 토대위에 놓는 경향이 있었고, 사회주의적 여성주의자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여성을 노동자로서 우선적으로 다루었기 때문에, 재생산의 영역을 가치창조와 착취의 원천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여성과 남성의 권력 차이가 여성을 배제한 자본주의 발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이런 관점에 따르면 자본주의적 관계 속에서 성차별이 살아남은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다시 문화적 기획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봉건제에서 자본주의로 이행하던 시기의 여성사를 추적해보겠다는 착상은 이런 맥락에서 구체회되었다.

1.3. 이 시기에 여성, 재생산, 자본주의에 관한 담론을 바꾸어 놓은 연구들이 있는데,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타와 셀마 제임스의 연구들이다.

1.4. 달라 코스타와 제임스는 여성 억압과 남성에 대한 종속을 봉건적 관계의 잔재로 보는 맑스주의의 정설에 맞서 여성이 자본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상품인 “노동력”의 생산자이자 재생산자였던 만큼 여성 착취는 자본주의적 축적의 과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 왔다고 보고 있으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성착취의 뿌리를 성적 분업과 여성의 무임노동에서 찾는다.

1.5. 달라 코스타의 말에 따르면 임금노동자의 착취(임금 노예제)는 여성의 가정 내 무임노동에서 출발하고, 이 무임노동이 임금노예제의 생산성의 비결이다. 즉 가사노동이 자본주의적 축적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으며, 남녀간의 권력차는 특정 사회적 생산체제의 결과로 이해해야 한다. 여기서 남녀간의 권력차를 만들어 내는 사회적 생산체제란 노동자의 생산 및 재생산에 들어가는 무임노동의 이익을 보면서도 그것을 사회경제적 활동이나 자본축적의 원천으로 인정하지 않고, 자연자원 또는 개인적 봉사로 신비화하는 체제를 말한다.

1.6. 달라 코스타와 제임스는 자본주의와 계급투쟁의 역사를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재해석할 수 있는 길을 열였다.

1.7. 레오폴디나 포르투나티와 내가 “자본주의로의 이행”의 역사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재생산으로부터 생산의 분리, 무임자의 노동을 통제하기 위한 매우 자본주의적인 임금의 사용, 자본주의의 출현에 동반된 여성의 사회적 지위하락 같은 주요한 구조적 요소들 속에서 가사노동의 기원을 이론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연구의 결과물인 『대캘리번』(1984)은 시초축적에 관한 맑스의 분석을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재조명하고자 했다. 그러나 임금노동과 “자유로운” 노동자의 출현을 자본주의와 동일시하는 맑스주의적 시각은 재생산의 영역을 은폐하고 자연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이 문제였고, 재생산과정을 무시하고 여성사와 남성사를 무차별적인 단일체로 융합시키며, 여성의 “훈육”에 무관심하여 근대 들어 신체에 가해진 가장 소름끼치는 공격 중 하나인 마녀사냥을 일체 언급하지 않은 푸코의 신체 이론에도 우리는 비판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