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지원 성정치자본주의세미나∥2012년 11월 10일∥발제자: bostridge

우에노 치즈코,『가부장제와 자본주의』, 녹두, 1994, 259-270쪽

1.1. 여성이라는 마이너리티는 이민이라는 다른 마이너리티하고만 경합한다. 여성은 남성과, 그리고 이민자가 본국인과 경합하지는 않는다.

1.2. 여성노동 문제는 이민노동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또 여성노동의 내부에서 균열이 일어날 것인데, 이민 노동자와의 직접적인 경합으로 인해 비숙련 노동 부문에서 철수하는 여성과, 이민 노동자에게 비숙련 가사노동 부문을 대체시킴으로써 숙련 노동 부문에 뛰어드는 여성들로 분해가 일어난다.

1.3. 노동의 기회비용이란 측면에서 본다면 노동의 매도가격이 구입가격보다 높으면 주부는 노동자화하고 역이 되면 주부는 가정에 머무른다. 여기에서는 ‘주부노동’과 ‘가사노동’의 차이가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1.4. ‘주부노동’이란 “주부가 하는 노동”을 말하는데 반드시 ‘가사노동’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역으로 ‘가사노동’을 반드시 주부가 할 필요도 없다. 여기에서는 ‘가사노동’을 담당하고 있는 ‘주부’라는 이름의, 여성의 노동력으로서의 질의 차이가 말해 준다.

1.5. 이민 노동력의 도입이 여성 노동시장에 가하는 충격은 1. 비숙련 부문에서 여성을 축출하고 2. 숙련 부문으로 여성을 밀어넣는 두 가지 효과를 갖게 된다. 요컨대 남편의 단독수입으로 사는 전통적인 성열 역할분담을 지키는 중류 가정과, 남녀가 평등한, 평등하게 가사노동 부담에서 면제된, 더블 커리어=더블 인컴의 상류가정으로 분해된다. 이 ‘중류’와 ‘상류’의 차이는 오늘날에는 남편과 같은 정도의 수입을 올리는 유능한 아내의 수입에 의해서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그 격차가 확대된다. 요컨대 이제 성 요인보다는 계급 요인이 결정적인 변수가 되는 아시아형 계급구조가 나타난다. 여기에서는 계급에 따라 가족의 하위문화도 달라질 것이며 따라서 “결혼하면 (모두) 주부”라는 이데올로기의 전역성은 붕괴된다.

1.6. 그렇다면 경제계층이 부부의 하위문화의 형태를 결정한다. 즉 남녀가 가사노동 부담을 최소화한 더블 커리어 커플, 남편은 일을 하고 아내는 가사를 돌보는 형인 전통적인 성별 역할분담형 커플, 가사와 임노동이란 이중 부담의 억압을 받는 주부 노동자. 그렇다면 전통적인 <근대 가족>만이 가족의 유일한 모델일 수가 없게 된다.

1.7. 모든 노동 가운데서 가사노동이 가장 낮은 위치에 자리한다. 시장이 가사노동의 가격을 최저한으로 억제하는 한 여성들은 가사노동을 더 열악한 조건 아래 놓여 있는 노동자에게 대행시키고 자기 노동력을 팔기 위해 시장으로 나갈 것이다. 따라서 “가사는 가치있는 노동”이라는 주부 이데올로기의 구호도 빛을 잃는다.

2. 중단-재취업 형의 음모

2.1. 일본형 ‘가족의 재편’에 관한 두 번째 유보사항은 그것이 중단-재취업형 주부노동자화에 의해 담당되고 있다는 점이다.

2.2. 짧은 기간의 근대화와 그 완성으로 인해 일본에서는 기혼여성 노동력률이 떨어지기 전에 전공업형의 기혼여성 노동이 탈공업형의 기혼 여성 노동으로 이행해 버렸던 것이다.

2.3. 일본의 기혼 여성의 노동력률은 외국과의 비교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는데, 그것은 외국의 경우 기혼여성의 노동자화가 출산, 육아기에도 취업을 중단하지 않는 풀타임형 취업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데 비해 일본의 경우 육아기에 중단했다가 포스트 육아기에 재취업하는 파트타임형 취업이라는 점이다. 이에 반해서 중국, 소련 등과 같은 사회주의권 국가들의 여성노동력률의 패턴은 남성 노동력률의 패턴과 비슷하다.

2.4. 미국과 같은 ‘자본주의’국가에서는, 자유방임의 시장원리는 재생산을 사적인 일로 간주하기 때문에 국가는 재생산에 일체 개입하지 않으며 또 일체의 원조도 하지 않는다.

2.5. 근대에 미국에서 여성들의 풀타임 취업이 파트타임취업보다 훨씬 급격하게 증가했다. 이들은 아이를 봐주는 사람이나 데이 마더에게 고액의 육아비용을 지불하면서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2.6. 일본에서는 기혼여성의 노동력화에 동반하여 공공 섹트에 대해서가 아니라 고용주에 대해 탁아시설을 요구하고 있다.

2.7. 아시아나 아프리카에서는 전통적인 대가족이 공적인 육아 서비스를 대신하여 일을 하는 어머니를 지원한다는 문화적 조건이 존재하기 때문에 기혼 여성은 육아기의 중단없이 풀타임으로 취업을 계속하고 있다.

2.8. 일본에서는 기혼여성이 육아기에 육아에 전념하는데, 육아 후에는 결국 중단-재취업형 생활에 들어간다. 이 중단-재취업형이 다수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일본의 자본주의와 가부장제 사이의 음모를 읽을 수 있다.

2.9. 일본의 기혼여성 노동력률 상승은 중단-재취업형의 파트타임 노동자의 증가에 기인하고 있다.

2.10. 기혼여성 노동력률의 상승을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전업주부의 겸업주부화라 할 수 있다. 겸업주부는 제1종 겸업주부와 제2종 겸업주부로 나누는데 제1종 겸업주부는 중단-재취업형 을 거친 파트타임 취업자와 맞물리며 제2종 겸업주부는 육아기에 일을 중단하지 않았던 풀타임 취업자에 대응한다.

2.11. 현재 일본에서는 전업주부의 제1종 겸업주부화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일본 이외의 국가에서는 제2종 겸업주부화가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는 제1종 겸업주부화를 경유한 변화도 있고 경유하지 않은 변화도 있다.

2.12. 일본의 ‘주부노동자화’는 제1종 겸업주부화로 성립되어 제1종 겸업주부화로 안정되어 있다. 그리고 여기에 일본의 자본주의가 가부장제를 파괴해 버릴 생각이 없다는 고유한 타협형태가 나타나게 된다.

3. 재생산의 품질관리(QC) 사상

3.1. 자본주의가 재생산비용 부담을 지불할 용의가 없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가 단지 비용만을 잡아먹을 뿐인 가부장제를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만약 자본주의가 이미 가부장제와의 타협을 필요로 하지 않을 정도로 일원화되었다면 이뤈론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의 분석은 불필요해진다. 그러나 시장의 일원화는 동시에 시장의 종말이므로 가부장제의 영역이 없어지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고(그것은 곧 ‘가족의 종언’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의 분석틀이 당장 무효가 된다고도 생각되지 않는다.

3.2. 일본의 자본주의가 가부장제-일본형 가족제도-에 대해 이른바 제1종 겸업주부화라는 형태로 지지를 보냈던 것을 필자는 재생산의 품질관리 사상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일본형 가족제도에서는 여성이 반드시 아내여야 한다는 요구보다는 여성의 어머니로서의 헌신과 역할이 핵심이다. 소산화로 말미암아 양육에 비해 교육의 비중이 엄청나게 증가했으며 재생산노동은 양육과 교육 전 기간에 걸친 노동을 말하는 것이지 단지 양육행동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3.3. 재생산은 노동의 양만이 아니라 질도 문제 삼는다. 아이의 수보다는 어떻게 키우느냐가 중요한데 중단-재취업형의 겸업주부를 대량 창출함으로써 일본의 자본주의와 가부장제는 재생산된 아이라는 상품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 이상적인 조정을 꾀했다고할 수 있다.

3.4. 교육은 비용이 드는 재생산노동이다. 한 학자는 학교를 획일적이고 순종적인 신체를 가공하는 공장에 비유한다. 공장제품의 품질관리(QC)라는 사상을 창안한 것은 미국이었지만 일본은 미국을 앞질렀으며 일본형 가족제도 역시 재생산의 QC 사상의 한 표현이라고 불 수 있다.

3.5. 미국의 자본주의는 재생산비용을 전혀 부담하지 않은 채 가부장제의 재생산비용 부담까지도 여성들에게 떠넘겼으며 이러한 재생산의 자유방임은 결과적으로 품질관리상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반하여 일본 아이들의 품질관리는 ‘잘 정리된 사회’를 만들어 내는 데 불가결한 작용을 하고 있다.

3.6. 양육을 여성에게 맡기기로 선택한 자본주의가 교육까지는 여성에게 맡기지 않는다. 여성에게 중단-재취업형 삶을 강요함으로써 양육을 무상노동으로 여성에게 떠맡긴 후 다시 교육의 비용부담을 여성에게 떠맡기는 ‘수익자 부담’을 실현했던 것이다.

3.7. 시장에 적합한 순종적인 신체가 당사자의 부담으로 수준 높은 품질관리 아래서 착착 재생산된다면 자본주의로서는 가부장제와 조정을 꾀한 충분한 보람이 있을 것이다.

3.8. 가부장제의 산물인 모성 이데올로기가 자본주의와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여성과 아이를 모두 착취당하는 존재로 자발적으로 양성하는 재생산노동의 조직화가 ‘가족의 재편’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4. 일본 자본주의의 선택

4.1. 여성이 자주적인 노동시간 단축 및 자주적인 변형 노동시간제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가부장제가 여성에게 재생산노동 부담을 강제로 떠맡겼기 때문이며, 이러한 여성의 자주적인 노동시간 단축 및 자주적인 변형 노동시간제로 이익을 본 것은 여성의 생산노동을 값싸게 구입할 수 있게 된 자본주의였다.

4.2. 중단-재취업형 주부노동자화라는 방식을 선택한 일본의 자본주의는 가부장제와의 모순을 격화시키는 방향이 아니라 그것을 회피하는 길을 선택한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