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시설 강화요구에 당혹
식당 등 갖춰야 정부 지원
주민들 “우리가 후원한다”
한겨레 정대하 기자 메일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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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곡성군 죽곡면 태평리 주민들과 청소년들이 지난 17일 죽곡농민열린도서관 공부방에서 열린 인문강좌에 참여해 강연을 듣고 있다. 이 공부방은 올해 정부가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해 운영에 빨간불이 켜졌다가, 전남도가 운영비를 긴급 지원하기로 해 한숨을 돌렸다. 죽곡농민열린도서관 제공
지역별 맞춤 정책 필요

전남 곡성군 죽곡면 유봉리에 사는 이지향(15·중3)양은 학원에 다니지 않는다. 마을 인근에 학원이 없는 탓도 있지만, 혼자 공부하는 것을 더 즐긴다. 이양에게 죽곡농민열린도서관 청소년 공부방은 도서관이자 학원이고, 문화체험 공간이다. 부산 출신인 김재형(47)씨가 2001년 곡성에 정착한 뒤 2004년 7월 문을 연 이 도서관에 꽂힌 1만여권의 책이 이양의 친구다. 주민들이 참여하는 죽곡농민열린도서관 운영위원회는 요리교실과 영화감상, 인문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공부방을 운영한다. 이양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이곳에서 책도 읽고, 봉사활동도 하고, 시험기간에는 공부도 한다”고 말했다.

농민열린도서관이 운영하는 공부방은 지난해 하반기에 처음으로 국비·군비 700만원을 지원받았다. 덕분에 낙동강 문화체험을 다녀왔고, 올해는 아이들에게 제주 여행을 약속했다. 하지만 김 관장은 올해부터 갑자기 공부방 국비 지원이 끊겼다는 소식을 듣고 허탈해했다. 김 관장은 “지역아동센터는 일정한 기준에 맞는 시설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농촌에선 엄두를 낼 수 없다”며 “오히려 농촌에선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공부방이 훨씬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도인 전남의 19곳 공부방들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까지 국비와 시·군 예산 절반씩 공부방 한 곳당 한 해 운영비로 1400만~2000만원을 지원받았으나, 올해 정부가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일단 전남도가 상반기 추가경정 예산 편성 때, 2009~2010년 도 예산으로 지원하던 공부방 강사 지원비(1억9300만원)를 운영비로 변경해 지원하는 긴급처방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농촌의 공부방들이 정부 정책 방향처럼 지역아동센터로 전환하기가 쉽지 않다. 지역아동센터는 사무실, 조리실, 식당 등을 갖춰야 하는데, 농촌의 작은 공부방으로선 요건을 갖추기가 힘들다.

나주시 공산면 나주목사골 청소년 공부방은 당장은 나주시로부터 운영비 2000만원을 지원받아 숨을 돌렸다. 2009년 8월 문을 연 이 공부방은 날마다 학생 30여명이 찾아와 영어, 수학, 중국어를 공부한다. 기타와 드럼 등 악기도 가르쳐준다. 아이들의 변화를 지켜본 주민들은 지난해 1월부터 후원회를 꾸려 다달이 110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