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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k ☆140자 다지원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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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로서 <데카르트의 철학원리>를 끝냈습니다.

이 책에서 제가 배운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데카르트의 증거'와 '스피노자의 증명'의 차이입니다.

데카르트는 가장 확실한 것을 알기 위해, 신이 나를 속이는 경우까지 상정합니다.

그럼에도 속고 있다고 생각하는(의심하는) 나의 존재만큼은 절대 부정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사유하는 주체의 존재야말로 진정 확실한 것이라고 선언합니다.

 

이를 두고 스피노자는 데카르트의 사유가 논증, 혹은 증명이 아니라고 비판합니다.

데카르트의 앎은 개념적 정의나 공리, 논증을 통해 증명한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개념적 증거를 찾은 것이지요.

 

그런데 이 '증거'라는 것이 매우 권위적입니다.

우리는 사실 서로 싸우다가 이해도 설득도 안 될때, 증거를 요구하잖아요.

팩트로서 증거가 나오면, 마뜩찮고 감정도 남아있지만 어쩔 수 없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곧 증거란 강제적인 명령인 셈이지요.

 

또한 요즘 읽고 있는 <신학정치론>에서도 잘 나오는데,

성서 속 예언자들은 기적이라는 증거를 통해서 신의 존재를 주장합니다.

그리고 사람들도 기적을 본 이상, 신을 믿을 수 밖에 없지요.

예언자들은 증거를 통해서 믿음을 강제할 뿐,

왜 신이 존재하고 왜 유일해야 하며, 어떻게 전능할 수 있는지를

증명하거나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 점에서 데카르트는 일종의 예언자입니다.

부인할 수 없는 증거를 제시해서, '사유하는 존재의 확실성'을 받아들이게끔 강제합니다.

반대로 스피노자는 이 책에서 데카르트의 논의를 증명으로서 다시 풀어냅니다.

결론은 데카르트와 동일한데, 굳이! 그렇게 합니다.

 

저는 이 점이 바로 데카르트와 스피노자의 결정적 차이가 아닐까 합니다.

이해하지 못하고 강제하는 권위, 이는 우리를 수동적으로 만듭니다.

그러니 수많은 권위와 이해할 수 없는 명령들, 증거들 속에서 우리의 삶은 소모되어 갑니다.

하지만 이해한다는 것, 스스로 증명해서 완벽하게 안다는 것,

이는 우리의 이해능력을 향상시키며, 그 점에서 우리를 조금씩 능동적으로 변화시킵니다.

그래서 <에티카>는 근본적으로 증거에 의존하지 않고,

다만 증명하고 설명할 뿐입니다. 

 

물론 <에티카>조차 그 결론만 외운다면,

그래서 '스피노자의 결론은 이렇다'고만 받아들인다면, 실은 그 역시 권위적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겐 스피노자의 최종결론 같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중간의 단 한 구절이라도 '이해'할 때 <에티카>의 위력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빨리 결론만 알고 싶은 조바심이 실은 누가 어서 나에게 명령을 내려주길 기다리는 수동성과 같으니까요.

 

이렇게 자연스럽게(?) <에티카>의 독해법도 도출해냈네요. ^^

하나의 정리, 한 단락이라도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다는 것.

 

아, 그리고 이 책에서 배운 또 다른 하나는 스피노자의 자연학입니다.

특히 시간적 인과관계가 아닌, 인과관계의 동시적 연쇄가 기억에 남습니다.

즉 세계란 A-B-C로 차례차례 변하는 것이 아니라 전 우주가 매순간 동시에 다같이 변화한다는 얘기가 있더군요.

그치만 아직 이거는 더 밀고나갈 수는 없고, 차차 다른 공부들을 하면서 연결되겠지요.

 

다음 주부터는 <에티카>에 들어갑니다.

1부 정리19까지 읽어오세요.

<에티카>는 앞서 얘기처럼 작은 부분의 이해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귀찮더라도 앞의 정리들을 다시 들춰보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이건 정말 적잖은 시간과 성실함이 필요하지요. 

앞부분으로 자주 되돌아갈수록 <에티카>는 쉬어집니다. 결코 어려운 책이 아니에요.

요컨대 <에티카>의 적은 난해함이 아니라 게으름이라고 할까요? 

무튼 재밌게 읽으시고,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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