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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의 음색』을 읽고
『매혹의 음색』 서평


이은주(다중지성의 정원 회원)



* 이 글은  2014년 8월 25일 인터넷신문 대자보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www.jabo.co.kr/sub_read.html?uid=35170


날씨가 좋았다. 바람이 부는 날, 공원을 산책했다. 벤치에 앉아 공원을 빙 둘러봤다. 리드미컬한 새소리가 울려퍼졌고, 간혹 쇳소리 같은 회오리바람소리가 스쳐지나갔다. 얼마 전 출판사에서 직접 낚은 ‘매혹의 음색’이라는 책을 무릎 위에 펼쳐놓았다. 활자크기는 작았지만 종이 위에 배치된 글자들이 정갈한 밥상 같았다. 정성스레 빚은 문장에는 손맛이 베어 있었다. 정갈한 밥상 앞에서는 숟가락의 동작이 다른 법이다. 글자를 들어 올리는 내 눈길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저자 김진호는 이 책을 비평적·비판적 음악사라고 규정했다. 책장을 들추면서 설렘과 낯설음으로 가슴이 재게 뛰었다. 책표지를 열어보기 전까지 나는 현대 작곡가의 작품소개와 해설이 나열되어 있는 그런 평범하기 그지없는 책을 상상했다. 예전에 현대음악에 관한 책을 몇 권 읽어봤기 때문에 생긴 선입견일 터였다. 


갑자기 한 학생이 내 옆에 앉아 과자를 먹기 시작했다. 봉투의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과자가 씹히는 소리 때문에 더 이상 책 내용을 시선으로 집어 올리기가 힘들어졌다. 글자들을 자꾸 허공에 흘렸다. 나는 잔디밭을 가로질러 저 멀리 보이는 벤치로 향했다. 푸른 잔디밭 사이에 흙빛길이 오롯이 나 있었다. 그런데 맞은편에서 한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길에서 벗어나 잔디 위로 발걸음을 옮겼다. 잔디의 서걱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한참 걸은 후, 벤치에 다다랐다. 찻길이 가까워서 자동차 소음이 크게 들렸다. 


목차 페이지를 다 넘기자 ‘1장 음색과 소음, 서출들의 반란?’이란 소제목 페이지가 보였다. 나는 몇 문장에 밑줄을 긋기 시작했다.


“서양의 고전음악은 음고, 강도, 음가, 음색이라는 소리의 네 차원 중에서 특히 음고 차원에 초점을 맞춘다.” “모든 소리에 대해 음고 느낌을 가질 수 있지만 특히 음고 느낌이 강한 소리를 악음이라고 했다.” “바람소리나 파도소리 같은 소리들은 (그 소리들을 사람들이 싫어해서가 하니라) 음고 느낌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다루기도 어렵기 때문에 음고 지향적 근대 서양음악에서 중요한 음악적 재료가 되지 못했고, 서양의 음악가들은 이런 소리들을 편의적으로 소음이라 불렀다.” “이런 소리들(소음)에서 음색은 소리 그 자체이다. 따라서 소음을 음악에 사용하면 음색에 대한 관심도 증대된다.” 


이 책에서 다루게 될 개념들을 저자는 미리 설명했다. 소음은 취향과 관련된 용어가 아니라 문화적·관습적 범주라고 저자는 또한 밝혔다. 


“문화적·관습적 소음이란 근대 서양음악에서 작곡가들에게 음악적 재료로 사용되기보다는 음악적으로 배척되었던 소리들, 즉 악기에 의해 방출되는 소리가 아닌 것들 혹은 악기의 소리라도 음악적인 것으로 인정되지 않았던 소리들을 말한다.”


이 부분을 읽고 나는 정상인과 비정상인을 갈랐던, 혹은 도덕이라는 울타리를 쳤던 권력기제를 떠올렸다. 푸코와 니체의 이론이 머릿속에서 스멀거렸다. 우리가 현대 음악을 어렵다고 여기는 건 학교에서의 훈육과정을 거쳤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위대하다’고 규정된 작곡가의 음악을 듣고 배우면서, 특정한 판단 잣대를 머릿속에 만들어놓았을 터였다. 이 책은 이 잣대를 깨부수는 망치 같은 도구가 될 것이다.


‘2장 1970년대 이전까지의 20세기 기악음악과 음색·소음’, ‘3장 1970년대 이후의 스펙트럼음악과 음색·소음’, ‘4장 구체음악과 전자음악, 현대 성악음악에서의 음색과 소음’, ‘5장 구체음악과 전자음악의 기술’들로, 책 내용은 정갈하게 차려져 있다. 저자는 구체적으로 역사적 사례를 연대기적으로 나눠 서술했고, 악음의 경계를 깨부수고서 그 영역을 확장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한 음악가들을 소개했다.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소음을 음악의 재료로 삼되 무질서는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음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악음을 다루던 방식을 그대로 가져와서 사용할 것인지, 소음 처리방식은 악음 처리방식과 완전히 달라야 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음악가는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리듬을 매개로 음악세계가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저자는 언급했다. 


돌연 내 머릿속에서는 스피노자가 말했던 ‘정서들의 모방’이 떠올랐다. 나는 타인들의 음악적 취향을 무반성적으로 모방하면서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이 책을 읽은 뒤 성찰해 보았다. 불협화음이 주를 이루는 현대음악을 나도 모르게 꺼려 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내 입맛은 고전적 하모니에 길들여져 있던 것이다. 


책이 좋았다. 책을 덮고 눈을 감았다. 자동차 굉음소리, 경쾌한 새소리, 나뭇가지가 바람에 팔락이는 소리가, 소박한 교향곡 연주를 연상시켰다. 내 고개는 절로 주억거렸다. 어쩌면 나는 자연소리를 재료로 한창 작곡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수많은 현대음악가들의 노력 덕분에 음악의 영역은 더욱 확장되었고, 우리의 감각영역도 더불어 넓어졌으며, 우리가 의식하지 못할지라도 세상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확연히 달라졌을 것이다. 


신간 『매혹의 음색』, 책 내용뿐만 아니라 책 표지와 책 재질도 매혹적이다. 코드 시스템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 음악적 푼크툼을 느끼고 싶은 사람, 잠든 감각 세포를 깨우고 싶은 사람에게, 나는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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