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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의 삐라의 추억
2016.02.13 16:29

[자율평론 47호] 소설가의 조카 / 김명환 시인

조회 수 497 추천 수 0 댓글 0
김명환의 삐라의 추억 1
 
소설가의 조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쓰신 조세희 선생님”이 내 외삼촌이다. 나는 “조세희 선생님”이 하필이면 내 외삼촌인 게 싫었다.
1984년 나는 시인이 됐다. 그런데 어딜 가도 나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쓰신 조세희 선생님의 조카”로 소개 됐다. 나도 시인인데, 소설가의 조카라니! 나는 자존심이 몹시 상했다.
 
2006년 3월 4일 철도노조는 총파업투쟁을 철회하고 현장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철도공사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함께 파업에 들어갔던 KTX열차승무지부는 파업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원주지역 거점농성을 벌이던 KTX열차승무지부는 장기투쟁을 위해 거점에서 철수하여 철도노조 사무실에 농성장을 꾸렸다. 승무원들이 집기를 들어내고 바닥에 스티로폼을 깔고 있었다.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문화예술인선언’ 기자회견 참석을 권유하는 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위원장인, 소설가 이인휘의 전화가 걸려왔다.
“야, 근데……, 우리 노조 KTX여승무원들이 파업 중인데, 신경 좀 써줘.”
이인휘는 기자회견 전 5분을 줄 테니 시낭송 하나 하라고 말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나는 시를 써내려갔다.
“동작 그만!”
갑작스런 내 외침에 여승무원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일제히 나를 쳐다봤다. 나는 시를 읽었다.
 
KTX 여승무원이 되고 나서
나는 껌을 씹지 않는다
컵라면도 통조림도 먹지 않는다
봉지 커피도 티백 보리차도
드링크도 탄산음료도 마시지 않는다
물티슈도 내프킨도 종이컵도
나무젓가락도 볼펜도 쓰지 않는다
 
눈이 하얗게 내리던
크리스마스이브
아스테이지에 돌돌 말려
빨간 리본을 단
장미 한 송이 받아들고
나는 울었다
한 번 쓰고 버려지는 것들이
가여워서
눈물이 났다
 
제복을 입고 스카프를 두르면
어느 삐에로의 천진난만한 웃음보다
따뜻하고 화사하게 웃어야 했지만
웃으면 웃을수록
자꾸자꾸 눈물이 났다
 
사는 것이
먹고사는 것이
힘든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구차하고 비굴하고
가슴이 미어질 줄은 몰랐다
 
KTX 여승무원이 되고서야 나는
이 세상이
한 번 쓰고 버려지는 것들의
눈물이라는 걸 알았다
흐르고 넘쳐
자꾸자꾸 밀려오는

파도란 걸 알았다

 

 

 

 

 

 

 
여승무원들이 흐느끼고 있었다. 아, 됐구나! 급하게 만화쟁이에게 그림을 부탁했다. 시에 그림을 앉힌 삐라 50마리를 만들었다.
기자회견 전에 여승무원이 시낭송을 했다. 펼침막을 들고 있던 여승무원이 눈물을 흘렸다. 기자들이 눈물을 흘리는 여승무원에게 몰려들었다. 삐라 50마리는 순식간에 팔렸다. 삐라 50마리는 기사로, 인터넷으로 확산되며 새끼의 새끼를 낳았다.
그날 이후 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쓰신 조세희 선생님의 조카”가 아니라 “KTX 여승무원이 되고 나서를 쓰신 김명환 선생님”으로 소개된다.
 
 
 
* 김명환은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84년 사화집 『시여 무기여』에 시 「봄」 등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89년 월간 『노동해방문학』 문예창작부장, 2000년 ‘철도노조 전면적 직선제 쟁취를 위한 공동투쟁본부’ 기관지 『바꿔야 산다』 편집장, 2007년 철도노조 기관지 『철도노동자』 편집주간으로 활동했다. 시집으로 『첫사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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