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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서 마을로'를 읽고

 

김영철(다중지성의 정원 회원)



* 이 글은 인터넷신문 『미디어스』 2012년 10월 23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8692

 


마을 사람들끼리 마실을 다니거나 품앗이로 서로 일손을 돕기도 하고 동네잔치를 하는 등 마을에서의 인간관계에는 친숙함과 정이 흐른다.

 

어렴풋하게나마 마을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어서 전명산이 쓴 『국가에서 마을로』라는 책을 흥미 있게 읽게 되었다. 국가와 마을 사이에는 커다란 거리가 놓여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더욱 흥미를 갖게 되었다.

 

'국가'와 '마을' 사이에는 먼저 규모 면에서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 그리고 리바이어던이라는 괴물(국가)을 만들어 살아가는 개인들과 마을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개인들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 거대 규모의 사회에서 개인들은 군중 속에서도 고독을 느끼며 살아가지만 마을 공동체에서는 개인들끼리 심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긴밀하게 상호작용을 하며 살아간다. 이렇게 마을에서의 삶과 국가에서의 삶은 서로 다르다. 이런 이유로 '저자는 국가와 마을 사이의 간격을 어떻게 뛰어 넘을까?'하는 궁금증을 갖게 된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커뮤니케이션 혹은 사회 네트워크의 관점에서 역사를 다시 해석한다. 이것은 원시공동체로부터 시작해서 수십 수만 년을 이어져 내려오던 마을 공동체와 고대에서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의 국가사회에서 나타나는 의사소통 양식들과 사회구조들의 관계에 대한 탐구과정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마을 커뮤니케이션의 구조에 대한 연구, 정보전달의 속도와 미디어의 변화에 대한 연구, 개인들이 통제되는 판옵티콘 구조에서 네트워크화된 개인들이 전체를 보는 홀롭티시즘으로의 이행에 대한 연구, 집합지능과 사회적 정보에 대한 연구 등의 내용을 다룬다.

 

이렇게 함으로써 저자는 역사적으로 등장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들과 사회구조들 사이의 관계를 상세하게 비교설명하고 국가적 규모에서 마을이 탄생하게 되는 모습을 독자들이 그려 볼 수 있게 한다. 그런데 사회의 커뮤니케이션 방식들에 대해 연구하는 것은 민주주의의미래와도 연결된다. 그래서 이 책을 『딴지일보』에 연재하기로 되어 있던 '네티즌의 정치학 3부'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커뮤니케이션 양식의 변화로 인해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직접민주주의로 건너가는데 필요한 징검다리들이 놓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생활양식과 정치의 변화의 과정에서 사람들은 불안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마을사람들끼리는 누구네 집에 수저가 몇 개 있는지도 다 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마을에서의 삶은 개방적이다. 실제로 인터넷 상에서도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 유명인들 뿐만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경우에도 블로그나 미니홈피 혹은 페이스북을 통해 개인의 이력과 가족들의 직업이나 연락처 그리고 친구나 친척, 지인들의 신상명세서까지도 공개될 수 있다.

 

이런 문제들이 이 책의 주요 관심사가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변화의 과정에는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앞으로 이런 것들에 대해서 연구하는 책들도 이어져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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