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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민중의 힘


김상범(대학생)

 

 * 이 글은 인터넷신문 『뉴스셀』 2013년 4월 9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http://newscell.co.kr/bbs/board.php?bo_table=B31&wr_id=45

1.

우리는 어떤 도시를 생각할 때 그 도시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건물이나 시설을 떠올리곤 한다. ‘파리’하면 에펠탑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민중을 소외시키는 물신숭배에 빠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도시를 구성해 나가는 것은 민중이다.

사부 코소는 현대 사회에서 다운타운으로의 인구집중이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고, 오히려 사방으로 사람들이 흩어짐에 따라 고전적 메트로폴리스가 사라지고 있는데, 이에 따라 ‘누각’과 ‘거리’가 선명하게 분리되어 나타나게 된다고 한다. 여기서의 ‘누각’은 “대규모 건물 및 교통기관 등의 상징적/기반적 시설”(30~31쪽)을 의미하는 반면에 ‘거리’는 민중의 집합성과 관계성을 보여주는 지표로서의 공간/장소을 의미한다.

‘거리’의 힘은 누각을 형성한다. ‘누각’은 ‘거리’의 활력, 노동력, 창조력 등의 힘에 의존하지 않고는 존립할 수 없다.
 
요컨대 ‘누각’은 그것이 아무리 강력하게 보일지라도 ‘거리’의 부양가족 혹은 기생충에 불과하다.(299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민중은 ‘누각’으로부터 끊임없이 추방당하는데, 이것이 민중들의 유동성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누각’으로 상징되는 도시 중추는 투기 자본의 놀이터가 되어 상품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누각’과 ‘거리’의 대립은 선명하게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대립이 그동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러한 대립은 ‘도시계획’과 ‘자연발생적 민중공동체들’의 대립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국가나 자본에 의한 도시개발은 자연발생적 공동체들을 파괴하곤 했다.

물론 국가나 자본이 이러한 억압과 파괴만을 일삼는 것은 아니다. 국가나 자본의 거대 건축계획 혹은 개발계획은 “이상적인 미래상을 과시하며 도시인구를 그 속으로 끌어들이려”(92쪽) 했다. 그리고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건축물 또는 시설에는 “그러한 미래상이 골동품처럼 보존되어 있다.”(92쪽)

그러나 포스트모더니즘 탓일까? 오늘날의 개발과 건축에는 그러한 “도시적인 상상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뉴욕에는 어떤 비전도 없는 개발, 개발을 위한 개발, 순수개발의 시대가 도래하여, 지금 그 연장선상에서 건축 붐이 진행되고 있다.(95쪽)

저자는 이러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민중적인 '유토피아적 상상력’을 통해서 “골동품적인 건축공간의 혁명적인 재이용”(96쪽)을 수행할 것을 요청한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유토피아적 상상력'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유토피아적 상상력은 전체주의에 악용되어, 사람들로 하여금 처참한 현실을 참아내게 했기 때문이다. 
 

2.

오늘날의 자본과 사람의 흐름은 도시들 사이에 일종의 관계를 형성시키는데, 이러한 관계를 ‘메갈로폴리스’라고 부른다. 또는 “메타도시”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메타도시’는 굳이 한 나라 안에 있는 도시들 사이의 관계일 필요는 없다. 세계화는 서로 다른 나라의 도시들을 서로 연결시켜서 ‘메갈로폴리스화’시킨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이러한 메갈로폴리스화가 ‘운동’ 또는 ‘이동’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저자가 살고 있는 ‘뉴욕’이라는 장소를 놓고 볼 때 다른 도시와의 관계 맺기는 1)세계민중의 이동의 궤적 2)노동력의 궤적 3)자본의 운동의 궤적 4)군사개입의 궤적이라는 ‘운동’ 혹은 ‘이동’을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궤적은 “거대한 도시 간의 네트워크, 즉 ‘세계도시’를 형성하고 있다.”(39쪽)

그리고 이러한 이동과 운동에 의해,
 
출생도, 언어도, 문화도 다른 타자들이 어떤 공간 안에서 만나고 교류를 시작한다. 대립/투쟁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그것을 넘어 새로운 관계성이 구축될 가능성 또한 그곳에서 비로소 싹튼다.(217쪽)
 
각각의 메트로폴리스는 이렇게 우연한 마주침을 통해 관계성을 구축함으로써 만들어지는 다중의 힘에 기초해 있다. 그리고 다중의 운동은 ‘메갈로폴리스’를 기초 짓는다. 사부 코소는 뉴욕을 대신하는 새로운 도시 모델로 메갈로폴리스로서의 ‘간도시적 네트워크’를 이야기한다. 왜냐하면 오늘날의 도시민중은 ‘이동’을 통해서 점점 간도시적인 존재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3.

오늘날의 도시에서의 투쟁은 ‘누각’과 ‘거리’의 투쟁, 즉 국가와 자본의 구축적인 권력과 민중의 자연발생적인 힘 사이의 투쟁이다. 코소에 의하면 오늘날 누각은 “민영화에 의해 점점 더 탈중심화되고 키메라화고 있는 ‘군산복합체’”(296쪽)가 되어가고 있는데, 코소는 이러한 군산복합체로서로 누각을, “법/제도로서의 국가까지도 집어삼키는 ‘거대누각’”(296쪽)이라고 부른다.

현대 자본주의는 이렇게 화려한 ‘거대누각’뿐만 아니라 거대한 빈민촌이자 판자촌인 메가슬럼을 생산해 내고 있는데, 코소는 오늘날 ‘거리의 투쟁’은 “메가슬럼에서 벌어지는 민중의 투쟁-사람들의 생활의 재생산, 자율과 민주주의의 형성, 행복의 추구-을 모델로 하고 거기서”(300쪽)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늘날 메가슬럼은 “지구적인 계급투쟁의 최전선”(301쪽)이 되어가고 있다. 메가슬럼의 민중들은 자신들을 통제하고 파괴하려는 권력에 맞서 싸울 뿐만 아니라 자율적이고 민주적으로 자기-조직화를 하고 “공통적인 것의 조직화”를 진행시키고 있다.

권력과 메가슬럼의 대립은 코소가 인용하는 『슬럼, 지구를 덮다』의 다음과 같은 문단에 극한적으로 잘 드러나 있다.
 
보안 시설이 갖춰진 도시 공간과 악마적 도시 공간의 대립이라는 기만적 변증법에 의거하여, 끝없는 재난의 듀엣이 울려 퍼지기 시한다. 매일 밤, 슬럼 구역 상공에서 윙윙거리는 무장 헬리콥터가 비좁은 거리를 오가는 정체 모를 적들을 추적한다. 판잣집이나 도망가는 자동차를 향해 지옥불을 뿜어댄다. 아침이 밝으면 슬럼측은 자살폭탄이라는 말없는 웅변으로 이에 응수한다. 조지 오웰이 예언했던 억압적 테크놀로지가 제국의 편에 포진해 있다면, 제국에서 추방당한 사람들 편에 있는 것은 혼돈의 신들이다.(302쪽)
 
코소는 여기서 ‘혼돈의 신’을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판잣집들 사이로 이어진 미로 같은 거리의 은유”로 해석한다. 결국 국가-자본 권력과 메가슬럼의 대립은 ‘누각’과 ‘거리’의 대립, 즉 ‘계획’과 ‘자연발생성’ 사이의 비대칭적 투쟁이 극한적으로 표현된 것이다.


4.

앞에서 설명했듯이, ‘누각’은 ‘거리’의 힘과 역능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고, 그런 의미에서 누각은 거리의 활력에 기생하는 기생충과 같은 존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도시’를 대표하는 것은 ‘누각’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우리는 이러한 물신숭배를 극복해야 한다.

다시 말해 오늘날 집중 조명을 받아야 할 것은 ‘누각’을 구축하는 ‘계획’과 ‘개발’의 상상력이 아니라 ‘거리’를 짜나가는 민중의 자연발생적인 힘과 역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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