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강의를 하고서 - 지구 위기를 읽는 지혜의 눈 주역읽기

 

 

인간의 몸은 두쌍의 DNA가 짝을 이루고 있어요.

이 두쌍의 DNA는 그 자체로 상징적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반영하고 있어요.

주역을 읽으면 이 두쌍의 DNA가 연상됩니다.

 

주역은 전부 64개의 챕터(장)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흔히 괘 라고 하는 것이 하나의 챕터입니다.

그리고, 이 64개의 괘는 두 개씩 짝을 짓고 있어요.

 

이 두 개의 짝은 두가지 대립되거나 극단적인 지점으로 짝을 맺었어요.

하늘과 땅, 남성과 여성, 물과 불, 완성됨과 이루어 지지 못함, 전쟁과 평화 등등

DNA 가 두 개씩 짝을 이뤄 다양한 인간의 성질을 만들어 가듯, 이렇게 짝을 이룬 주역의 괘들이 인간 삶과 만날 때 말할 수 없이 다양한 변화를 만들어 냅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기를 가장 잘 표현한 말이 ‘지구 위기’라고 생각해요.

하나의 극에 도달한 상황에 가까워요.

위기와 짝을 이루는 말은 ‘기회 혹은 회복’일 겁니다.

주역을 읽는 의미는 현재를 읽고 새로운 가능성이 어디서 시작할 지 찾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번 강의에서는 각자 한번씩 주역의 괘와 효를 찾는 연습을 해보고, 자기 질문을 가지고 자기가 찾은 주역 괘를 중심에 두고 해석하는 과정까지 해봤습니다.

제가 질문을 따로 적어 두지 않아서 정확하진 않은데 기억나는대로 해석을 해보겠습니다.

 

잎싹님은 곤위지 괘가 나왔는데, 이 괘는 어머니의 리더쉽과 관련이 있습니다.

잎싹님의 상황은 세 아이를 돌봐야 하고, 거기다 큰 아이는 장애가 있어서 어머니의 손길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지금 곡성으로 이사를 준비하고 있는 상태이고 몇 년 안에 남편은 귀농을 할 계획입니다. 잎싹님은 그 상황을 이끌어 가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곤위지는 잎싹님의 현실을 그대로 읽고 있습니다.

 

남편인 어린왕자님은 지수사 괘가 나왔습니다. 사師 라는 괘는 우리가 흔히 전투 부대의 단위인 1사단, 2사단 할 때 쓰는 말입니다.

옛날에 전쟁에 나갈 때는 사단을 색깔로 구분하고 師 자가 쓰여진 깃발을 들고 부대를 나누었습니다. 師는 전쟁을 상징합니다.

여기서 전쟁은 물리적인 공격과 방어의 전쟁이 아니라 ‘체제나 욕망’의 의미로 읽는 게 맞습니다. 다수의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운영 방식에 대한 거부나, 자기 내면에서 억제하기 힘든 욕망과 싸우는 일 등을 상징합니다.

현재 어린 왕자님은 직장 생활에 심한 회의를 느끼고 있고 새로운 길을 찾는 준비를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체제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죠.

 

결혼을 앞두고 있는 퐁당님과 도랑님은 참 좋은 연인입니다.

녹색연합 활동가 예비 부부입니다. 이런 부부의 탄생은 우리 사회 모두에게 축복입니다.

퐁당님은 건위천 괘를 잡았습니다.

건위천은 곤위지와 짝을 이루는 괘인데, 곤위지가 어머니의 리더쉽이라면 건위천은 아버지의 리더쉽입니다. 퐁당님에게는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 퐁당님 삶의 내용이 그럴 지도 모릅니다. 시민단체 활동가로서 일을 주도해서 진행해야 할 경우가 많았을 겁니다.

 

두 사람의 결혼과 관련해서는 풍뢰익 괘가 나왔는데, 효사가 참 좋았습니다.

‘베풀고자 하는 마음을 굳게 지니니 물을 필요도 없이 크게 길하다.’

이런 마음 품고 산다면 결혼은 개인과 개인의 결합이 아니라 두 사람을 통해 세상을 구하는 일이 될 겁니다.

우리 부부의 결혼도 그런 면을 조금 가졌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 잡았던 괘 중에서는 인삼님의 괘가 가장 고통스런 내용이었어요.

지뢰복 괘였는데, 제일 마지막 효를 잡았어요.

‘미혹되어 되돌아오지 못하니 흉하며, 재앙이 있다.’

인삼님이 했던 질문은 ‘고시를 준비하는 것’이었어요.

 

지뢰복의 마지막 효사는 인삼님 개인의 문제로 보기 힘들었어요.

우리 사회 20대가 겪고 있는 일이 이럴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야할 길을 찾는 게 너무 힘들어서 모두가 하는 걸 별 생각도 없이 시작하지만

몇 년 지나면 다른 걸 해볼 수도 없어서 그걸 그냥 따라가다가 되돌아 오지도 못하고 그냥 시험 준비만 하면서 사는 슬픈 삶을 겪게 됩니다. 고시폐인이 되는 거죠.

 

서양에서 주역에 대한 조예가 깊은 학자 중의 한 사람이 ‘칼 융’입니다.

심리학의 창설자 중의 한명인 융은 꿈에 대한 연구를 하던 중 주역의 괘사가 표현하는 모습과 꿈에 나타나는 모습이 서로 의미가 통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주역의 괘가 그려내는 모습은 ‘하늘 위에 연못이 있다’ ‘ 산이 대지에 의지한다.’ ‘ 태양이 땅 아래로 숨는다’ 이런 식인데, 자연 현상에서 쉽지 않은 일도 꿈에서는 가능하듯이 주역의 괘사가 드러내는 상징은 꿈의 해석에 적용 가능하다.

 

이번에는 소담님이 그런 경우였습니다.

며칠 전에 꿈을 꿨는데 꿈에 첩첩 산중 속에 있는 자신을 봤답니다.

그게 자꾸 머리에 남아서 곡성에 오기 전에 지리산에 가서 발 아래로 펼쳐지는 겹겹이 이어진 산을 보고 왔답니다.

소담님의 괘는 ‘간위산’이었습니다.

산이 겹겹이 이어져 있는 상징입니다.

어려움이 이어질 거고, 쉽게 나아가지 못할 일들을 겪게 될 겁니다.

 

제가 지금 다 기억이 안나네요.

 

마지막으로 이종민 선생님의 경우 하나만 보죠.

이 종민 선생님은 2013년에 대한 생각이 많았습니다.

올해 여러 가지 어려운 일들을 많이 겪을 건데, 내년부터 어떤 가능성이 생길지 생각해 보는 겁니다.

 

이종민 선생님도 지뢰복 괘를 잡았는데, 이번에는 두 번째 효입니다.

지뢰복은 돌아옴이 중요한 내용입니다.

어떤 일을 회복해 가는 과정입니다.

지나치게 멀리 가버리면 회복이 쉽지 않습니다.

인삼님의 경우 지뢰복에서 지나치게 멀리가게 되면 어려움을 맞는다면

이종민 선생님은 멀리 가지 않아서 되돌아 갈 수 있는 겁니다.

 

올해 세상은 점점 더 어려워 질 겁니다.

그 동안 가던 길로 그 동안 살아왔던 대로 살면 되돌아 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종민 선생님과 선애 마을 공동체는 2년 전부터 더 나가지 않고 되돌아가는 준비를 꾸준히 해왔고, 지금 상당한 성과를 얻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꾸준히 하면 앞으로는 시대 과제를 정확히 읽은 집단으로 인정받게 될 겁니다.

 

회복을 상징하는 復 괘를 읽는 건 결국 그 짝인 파괴적 상황, 산지박을 읽는 의미도 포함합니다.

무엇인가 회복된다는 의미는 그 전에 상당한 규모의 파괴를 전제한 이야기인지도 모릅니다.

쓰나미가 몰고간 후쿠시마현에서 다시 회복하기 위한 활동을 하듯이 회복 이전에는 큰 파괴가 있게 됩니다.

이종민 선생님의 질문은 미래를 물은 것이어서, 그 전 단계는 산지박의 흐름이 될 지도 모릅니다. 빨리 삶을 전환하지 못한 사람들의 고통이 심할 겁니다.

 

 

주역은 상수역과 의리역으로 크게 나누어 집니다.

상수역은 주역을 통해 경우의 수를 찾는 과정과 그렇게 찾아낸 괘가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 지를 읽는 과정입니다.

의리역은 그렇게 드러난 모습이 가지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의미를 찾는 과정입니다.

 

이번 강좌에서 인삼님의 경우 지뢰복의 마지막 효를 읽을 때 그 모습을 통해 흉하고 길하고를 읽는 과정 뿐만 아니라 우리 시대의 20대 문제 까지를 같이 읽으면 ‘의리역’입니다.

주역은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주역은 물론 정해진 자기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만 그 이야기는 우리 시대의 다양한 경험으로 언제든 적용이 가능합니다.

 

우리 시대에 주역을 통해 얻어야 할 가장 중요한 지혜는 지구 위기입니다.

우리 삶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위기 속으로 들어와 있습니다.

우리 시대를 상징하는 괘를 저는 산지박(剝) 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절로 치면 가을과 같습니다. 겨울이 되기 전에 자신의 잎을 다 떨어뜨려서 물이 더 이상 나무 위로 올라 가지 않게 하고 생명만 유지하면서 겨울을 지나는 시간입니다.

이 시간을 가능한 지혜롭게 견디면 좋겠습니다.

겨울의 의미는 ‘겨우 산다’는 뜻입니다.

죽지 않고 겨우 겨우 살아내는 것, 그래서 새로운 생명의 가능성을 남겨두는 것이 우리 세대의 과제입니다.

 

쉽지 않은 시간 속에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