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10월3일자 (제2373호)
[농민을 위한 인문학 강좌 둘째마당] 농민은 누구인가
 
한국농어민신문 2011년 대안농정 대토론회 기획 기사(9.26일자)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무엇보다 제목 ‘한국 농업, 농촌의 지속 가능한 발전 전략’은 인상적이다. ‘농업, 농촌, 농민.’ 농촌 사회가 풀어야 할 이 세 가지 과제에서 어떤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른 결과를 보게 된다.

우린 오랫동안 ‘어떻게 하면 농사를 잘 지을 수 있을까?’하는 질문을 꾸준히 해 왔고, 농사를 잘 짓기 위해 농민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의 조직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거의 매년 겪고 있는 일이지만, 농사 잘 짓는다는 게 농민 개개인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농촌 사회 전체로 보면 재앙이 되는 경우가 많다.

‘농업’에 대한 질문 다음으로 그래도 많이 하는 질문이 ‘농촌 사회를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유지할 것인가?’하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농업’ 질문보다는 훨씬 더 폭이 넓고 다양한 문제를 아우르게 한다. 농촌의 교육, 문화, 의료, 노인복지, 생활개선, 공동체 활동, 역사와 전통, 개발과 자연 보전 등 다양한 주제가 ‘농촌’ 질문에 들어간다.

‘어떻게 하면 농사를 잘 지을 수 있을까’에서 시작된 질문, 농촌 사회 거쳐 ‘나는 누구인가’까지…풀어야할 새로운 질문, 새로운 변화의 시작

‘농업과 농촌’이라는 주제로 얼마나 많은 교육, 세미나, 토론회, 연구 논문이 나오는지 모른다. 사실 이 분야는 매년 변화하는 현실적 대응을 위한 지침 말고는 더 이상의 연구가 필요 없을 정도라고 봐야 한다.

그러나 하나 남은 질문, ‘농민은 누구인가?’ 이건 어떨까? 이 질문을 해 본 적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 사회가 중요한 전환의 지점에 들어서서, 그 동안 해왔던 모든 노력이 허무하게 느껴지고, 폐허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밀려오면, 그때 다가오는 질문이 ‘나는 누구인가?’이다. 인류의 수많은 성자와 철학자들이 이 질문 앞에 섰고, 이 질문에서 답을 희미하게라도 찾아내면 그게 폐허 위에 뿌리는 씨앗이 돼 미래가 열리기 시작한다.

지난해 한국에서 제일 많이 팔린 책이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이다. 이 책이 한국에서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될 것을 예측한 사람은 누구도 없었다. 우리 사회는 이제 새로운 질문으로 변화되는 상황에 들어왔다.

‘농(農)’의 질문도 ‘농민은 누구인가?’ ‘농사는 왜 지으며 나와 세상을 돕는 길은 무엇인가?’ ‘농민은 삶과 죽음을 어떤 눈으로 보아야 하는가?’ ‘농민의 아이들이 도시와 자본에 포섭된 대학에 갈 필요가 있는가?’ 이런 식의 질문이 시작됐는데, 우린 이 질문이 시작될 걸 예측하지 못했고, 벌거벗은 상태에서 새로운 질문의 바람 앞에 서 있다.

동양의 고전인 ‘주역’은 영어로 번역할 때 ‘The Change’라고 쓴다. 역(易)이라는 말이 ‘변하다’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주역을 ‘The Question’이라고 번역한다.

주역의 드러난 글과 내용은 ‘The Change’이지만, 드러나지 않은 부분은 ‘The Question’이다. 질문이 바뀌지 않으면 변화는 없다. 변화는 새로운 질문의 결과이다. ‘농민은 누구인가?’ 우리가 풀어야 할 새로운 질문이고, 변화의 시작이다.  김재형 죽곡농민열린도서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