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에 한번씩 농어민신문에 칼럼을 쓰기로 했어요.

첫번째 글입니다.

 

 

2011년9월5일자 (제2366호)
[농민을 위한 인문학 강좌] 첫째마당-시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다
 
시를 쓰거나 음악, 미술 활동을 하는 것은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삶이 위기에 빠졌을 때 그 힘이 드러난다. 어려움 앞에서 자신이 맞부딪친 슬픔과 고통을 시로 쓰거나, 노래하고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으면 고통에서 벗어나기가 한결 쉬워진다. 특히 시는 악기를 익히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비용도 적게 들고, 언제 어디서든 시적 감흥만 일어나면 바로 창작이 가능하다.

시를 쉽게 받아들이고 생활 속에서 느끼는 것을 소재로 삼는다면 누구나 좋은 시를 쓸 수 있는 것은 물론 삶의 변화도 일으켜

시적 감수성을 가지기에 농촌은 도시에 비해 말할 수 없이 좋은 조건이다. 농촌의 자연은 아름답고, 함께 하는 이웃들은 정감이 있다. 시를 쓰는 것이 어려운 것은 ‘시는 어려운 언어로 초월적인 세계를 표현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시를 쉽게 받아들이고, 생활 속에서 느끼는 것을 시의 소재로 삼는 연습을 꾸준히 하다보면 누구나 좋은 시를 쓸 수 있고, 삶의 변화를 불러 올 수 있다. 말은 쉬운데 실제가 어려울 때는 해보는 것이 가장 좋다. 해보다 보면 어떤 길이 보이기 시작하고, 작은 흐름 하나가 생기면 그 흐름을 따라 새로운 길이 만들어 진다.

우리 마을에서는 올해 꾸준히 시를 쓰는 운동을 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마을의 아이들부터 나이 드신 어르신까지 시를 모아보면 삶이 드러나는 걸 볼 수 있다. 자기 삶을 시로 표현하는 경험을 통해 생각의 전환도 일어난다.

올해 논에다 콩 심었더니 / 거름이 너무 많아 키가 커서 / 베어줄까 걱정을 했는데 / 마침 노루가 들러 적당히 끊어 먹어서 / 올해 콩 농사는 풍년 들겠네(정계순, 밭농사에서)

한여름 때약볕에 고추밭을 맨다 / 봄부터 시작된 풀매기는 끝도 없이 이어진다 / 아~ / 고랑이 저만치 도망가 있다 / 축지법을 써서 매어도 힘겨울 판에 / 엿가락 늘어지듯 고랑이 늘어났다(김현지, 풀매기)

하얀 눈이 덮힌 겨울 산 속 사악삭 마른 솔잎을 갈퀴로 긁어 모았다 / 몸집만한 땔감을 이고 쉼없이 묵묵히 엄마는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하루살이 마냥 내일은 없다는 심정으로 꿈을 하나 둘 포기하면서 / 깡그리 잊고 지냈다 / 끊임없이 집을 향해 가는 엄마의 고단한 발걸음을 / 그러나 밤낮을 쉬지 않고 흐르는 섬진강의 물줄기를 손으로 움켜쥐면서 / 엄마의 발걸음 소리를 다시 듣는다(최명옥, 섬진강가에서 중)

여러 시에서 자연과 동물과의 관계, 일하는 삶의 고단함과 아름다움 등이 드러난다. 시는 삶의 여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삶, 살아가기 위해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사람들의 삶 속에서 나오는 것이다. 자기 삶을 시로 쓰겠다는 용기를 가지면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다.

김재형 죽곡농민열린도서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