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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의 노동자』 서평 ―
국가는 가족과 여성을 왜 재편성하였는가?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의 『집안의 노동자』 (갈무리, 2017)

 

 

한태준 / 다지원 여성주의 세미나 길잡이, 『남편도감』 옮긴이, 일본영화연구가

 

 

 

실비아 페데리치의 저서를 통해 막연히 알고 있던 마리아 달라 코스따 선생님(이하, 달라 코스따) 의 책이 갈무리를 통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호기심에『집안의 노동자』란 책을 받았다. 국가가 가족, 여성을 어떻게 재편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희생과 차별이 이루어졌는지 밝혀내는 책을 받고도 가족이란 공동체 안에서 가족을 유지하려고 일상에 치여 책 읽는 것을 미루던 내 자신이라니...너무나도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이란 구성원 안에서 여성은 항상 가사 노동을 전담하던 역할을 해왔다. 뉴딜 (신정책)이 원했던 것처럼 내 가족도 어머니의 가사 노동과 효율적인 임금 관리로 유지되어 왔고, 내가 결혼해서까지 내 아내의 가사 노동과 효율적인 임금 관리로 가족이란 테두리는 유지되고 있다. 여성의 이런 순환되는 착취를 기반으로 남성 노동자는 더욱 강도 높은 작업리듬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치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인다. 이와 같은 여성의 가사노동을 바탕으로 한 가족 제도 강화는 노동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다.

달라 코스따가 이야기하는 뉴딜 정책의 허상은 바로 이러한 지점에 있다. ‘어진 아버지’의 모습을 한 뉴딜의 실체를 벗겨내고 과거의 과오를 통해 현재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사고하게 만든다는 점에 이 책은 큰 가치가 있다. 대공황 이후, 고용과 실업 사이의 균형이 깨진 상황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 루즈벨트는 경제 사회의 재건과 국민의 구제를 목적으로 ‘뉴딜’을 약속했고 그 전략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그러나 복지 국가 안에서 모두는 과연 행복해졌을까?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달라 코스따도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은 것 같다.

이 책의 1장의 초반부분에 인용되는 루즈벨트의 경제 자문인 웨슬리 미첼의 아메리칸 이코노믹 리뷰에 게재한 글만 봐도 뉴딜의 성격을 잘 알 수 있다. 좋은 아내와 좋은 엄마가 되는 것을 숭고한 임무로 여기는 경제자문이라니...요즘 같은 시대에 만약 유명한 학자가 이런 이야기를 글로 게재한다면 그의 지적 능력을 의심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국가는 여성, 여성 노동, 가족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여성이 가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필요한 기초 지식을 가르치는 가정학이 대학 교육과정으로 도입되었다. 가정 안 여성의 역할을 국가가 관리한 것이다. 1930년대 미국 이야기라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우리들에게 너무 익숙한 이야기이다. 여전히 우리는 가정 안의 역할을 젠더라는 테두리 안에서 이해하고 가사노동의 전반을 여성에게 위임한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활발하다고 해도 가사노동의 역할을 전적으로 여성이 맡게 되는 것은 변함이 없다. 직장, 가정안의 역할을 다 떠맡게 되는 이중고가 되든가, 재생산 서비스를 맡는 노동자(주로 여성)가 그 역할을 맡게 될 뿐이다. 매스미디어는 기혼 여성에게 슈퍼맘이 되라고 외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가차 없는 마녀사냥이 시작된다.

뉴딜정책은 노동 생산성을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가족을 재편하는 방식을 찾았다. 달라 코스따는 단순히 뉴딜정책의 결과만을 쫓는 것이 아니라 뉴딜 정책이 나오기까지 그동안 국가가 어떤 방식으로 가족 이데올로기를 만들어갔는지 설명하고 있다. 그 과정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모든 곳에서 치밀하게 이루어진 가정 안 여성의 역할에 대한 전적인 부담이었다. 1장의 가장 큰 클라이맥스는 가정을 지키기 위한 국가의 초국가적 고군분투라 할 수 있다. 국가는 노동력 생산으로 연결되는 가족과 노동시장의 특수한 관계를 필요로 하여 이전과 달리 노동 시장도 규제하고 가족도 강화시켜야 했다.

2장은 대공황 시기와 그로 인한 가족 붕괴에 대해서 다룬다. 중요한 것은 실업 위기는 백인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 그리고 흑인 가족들에게도 커다란 현실로 다가왔지만 국가가 우선시했던 것은 백인 남성 노동자라는 점이다. 그들에게 여성은 늘 가사 노동으로 돌아가야 하는 존재였다. 뉴딜정책이 들어서도 별로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미국의 대공황 시기 이후 가족 붕괴는 백인 가족, 흑인 가족 모두에게 일어났지만 달라 코스따는 흑인 가족으로 대변되는 대도시 흑인 공동체의 흑인 여성 잠재력을 통해서 가정 내 남녀 역할 강화를 통해 가족 제도의 강화를 꾀했던 뉴딜에 일침을 가한다.

3장은 대규모 실업자 결집과 그로 인한 국가 정책의 무능함을 드러낸다. 정부기관을 향한 시위와 공격은 국가에게 실직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도록 강제하였다.실업자들의 투쟁은 생존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었다. 실직 노동 계급의 가족 붕괴는 여성, 남성, 청년들에게 가족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달라 코스따는 이러한 과정 속에서 여성의 환경과 위치에 대해서 주목한다.

4장은 대공황과 노동계급 위기에 대한 국가가 취한 두 가지 다른 방식의 대응을 후버와 루즈벨트로 설명하고 있다. 나는 이 장을 읽으면서 대량의 실업사태와 가족의 붕괴 그리고 두 개의 다른 정책이란 점에서 MB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떠올랐다. 후버의 강압적인 진압과 표피적인 미봉책에 실망한 국민들에게 루즈벨트는 뉴딜:최초의 복지 정책을 꺼내들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마치 뉴딜정책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개혁”을 보는 것 같은 기시감이 들지만 그건 차치하고 달라 코스따가 비판하는 뉴딜정책과는 달리 루즈벨트는 사실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 목록에 단골로 들어가는 인물이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동명 주제곡이 유명한 영화 <추억 The Way We Are>만 봐도 루즈벨트에 대한 미국인들의 애정을 느낄 수 있다. 그 외의 여러 배경이 작용해서인지 나에게는 두 인물이 비슷하게 느껴진다.

뉴딜 프로젝트의 과정을 그리는 4장은 국가가 2차 뉴딜 기간 동안 사회보장 체계로 들어서면서 여성을 어떻게 배제해왔는지에 대해 주목한다. 그리고 5장에서 여성들이 그에 대한 반발로 어떻게 투쟁하고 저항했는지를 서술한다. 개인적으로는 5장처럼 여성의 투쟁과 저항에 대한 이야기가 많을 것이라 기대하고 읽었던 나는 4장까지 읽는 데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연방 정부가 뉴딜 정책으로 달성하고자 했던 것은 사회 보편적인 수준의 임금과 그에 따른 임금인상이었다. 그 과정에서 여성은 임금 상승에 대한 실질적인 역량을 확보할 책임을 위임 받았고 이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가정 내 주부 역할과 가사노동이 반드시 필요했다. 가족은 루즈벨트의 뉴딜정책에서 핵심이었다. 뉴딜 정책이 모든 책임을 지는 것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뉴딜’은 국가가 주도해서 여성의 재생산 노동을 비가시화하였고, 부불노동화한 사례 중 하나다.

달라 코스따는 뉴딜 정책의 이러한 이면을 따져보고 과거의 역사를 통해 보다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 책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권리는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투쟁해서 얻는 것임을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경제가 그 어떤 것보다 우선시 되는 이 시점에 다시금 가족이란 테두리에 대해서 새롭게 사고해봐야 한다. 우리는 이전 세대의 투쟁과 희생으로 지금이란 시간을 누리고 있다. 그리고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해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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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보면 좋은 책 (표지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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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영점』(실비아 페데리치 지음, 황성원 옮김, 갈무리, 2013)

페데리치는 가사노동에 대한 임금지불을 요구했던 1970년대 여성운동에서 출발하여 1990년대 이후 여성운동의 제도화에 대한 비판과, 신자유주의의 등장으로 더욱 열악해진 삶의 조건들을 회복하기 위한 공유재 재구축을 위한 운동까지, 급진주의 여성운동에 몸담아 왔다. 『혁명의 영점』은 이러한 여성투쟁의 본질에 대한 페데리치의 40년간의 연구와 이론 작업을 집대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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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번과 마녀』(실비아 페데리치 지음, 황성원·김민철 옮김, 갈무리, 2011)

자본주의의 역사에 있어서, 남성이 임금 노동자로 탈바꿈된 것만큼 여성이 가사노동자이자 노동력 재생산기계로 되었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하는 페미니즘 역사서이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물질적 토대를 닦았던 이 폭력적인 시초축적 과정에서 마녀사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건이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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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와 자본주의』(마리아 미즈 지음, 갈무리, 2014)

『에코페미니즘』, 『자급의 삶은 가능한가』의 저자로 알려진 에코페미니스트 마리아 미즈의 고전적 저작. 가사노동, 비공식 영역의 노동, 식민지에서의 노동과 자연이 만들어 내는 생산(물)이 경제의 수면 아래 있는 보이지 않는 부분을 구성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4, 5백년 동안 여성, 자연, 식민지는 문명사회 외부로 축출되고, 가려져 왔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는 이 ‘빙산의 보이지 않는 부분’이 왜 가려졌는지, 이 부분의 가치와 비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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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물질노동과 다중』(안또니오 네그리, 질 들뢰즈 외 지음, 갈무리, 2005)

'신자유주의, 정보사회, 탈산업사회, 주목경제, 신경제, 포스트 포드주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자율주의적 맑스주의의 응답을 한 권에 엮은 책. '물질노동이 헤게모니에서 비물질노동의 헤게모니'로의 노동형태 변화를 주요 현상으로 지적하고, 비물질노동의 두 축인 정동노동과 지성노동을 분석한 후, '다중'이라는 새로운 주체성의 형성에 비물질노동이 미치는 영향을 살핀다. 1부에는 '정동'에 관한 질 들뢰즈의 연속 강의, 2부에는 마우리찌오 랏짜라또와 삐올로 비르노의 글을 실었다. 3부에서는 새로운 주체성, 미적 생산, 시간의 재구성의 문제를 실마리로 비물질노동 개념을 발전시켜 보려는 나름의 이론적 개입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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