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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현석의 『세월』과 『절대민주주의』

 

1. 『절대민주주의』 10장 '세월호의 진실과 생명정부의 제헌'에서 나는 세월호 사건을 통해 부상한 완전히 색다른 '그림자정부'인 생명정부의 지도력을 세월호 실종자 희생자 가족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살펴본 바 있다.  그런데 최근 읽은 소설인 방현석의 『세월』(아시아, 2017)은 세월호 사건의 이면, 그것의 가장 그늘진 주변에 주목한다.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단원고 학생/교사나 그 가족도 아니고 그 외의 이른바 '일반인'인 한국인 희생자나 그 가족도 아니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베트남 출신으로 한국인 남성과 결혼해서 세월호를 타고 대한민국 남단의 섬 제주도로 이주하던 중에 희생된 당시 29세의 여성 판응옥타인(한국이름 한윤지, 작중인물 린)과 사고 소식을 듣고 팽목항으로 달려온 그녀의 베트남 아버지 판반짜이(작중인물 쩌우)다. 작가는 이처럼 주변 중의 주변을 둘러보고 그 최주변의 숨소리와 목소리를 그린다.

 

2. 린의 꿈과 희망은 침몰한 세월호와 함께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고 쩌우를 둘러싼 세계는 어둡기 그지 없다. 베트남 해방운동 당시 그는 어부로서 남부전선에 총알과 탄약을 공급하는 소조원 역할을 맡았다. 남부 정부군에 발각되어 위기에 처하지만 당원들과 선장의 희생 덕분에 그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난다. 하지만 해방 후 베트남을 지배한 것은 전선에 섰던 사람들이 아니라 총부리 앞에 한 번도 서 본적 없는 사람들의 기계적 목소리다. 선장의 아버지가 지주였다는 이유로 해방투쟁에 몸을 바쳤던 선장(쩌우의 동네 형)의 가족은 비판을 당하고 재산을 몰수당한다. 이후 사회주의 베트남에서 그는 자본주의 베트남 때보다 더 어두운 삶을 산다.

 

3. 린의 시신을 수습한 후 세월호에 동승했던 사위와 외손자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오랜 시간 동안 닭공장에서 노동을 하며 살아가는 그에게 대한민국은 그의 어두운 베트남보다도 더 척박하고 끔찍한 곳이다. 한국 정부는 그에게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은 그가 보상금을 받을 목적으로 베트남에 돌아가지 않고 버티고 있다고 손가락질한다. 그가 기거하는 한국의 셋방 주인은 쌀국수 향채 냄새가 불쾌감을 준다고 나무란다. 작가는 국가와 권력에 앞서 시민사회 그 자체가 생명의 목소리에 귀멀고 사람다움과 철저히 배리된 "불쌍한" 삶을 살고 있음을 고발한다.

 

4. 한 때 베트남 해방전사였던 쩌우는 사람보다 돈을 앞세우는 한국에서 더 이상 버틸 기력을 잃었고 자신을 동행해 한국에 온 둘째 딸 로안마저 한국에서 잃어버리는 불행을 당하지 않기 위해 베트남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귀국 전 전화기를 통해 베트남에서 들려온 소식은 아내가 아무 것도 먹지 않고 누웠다는 소식이다. 아내가 드러누운 것은 이웃들이 린의 죽음을 "돈 보내는 기계가 고장나서 어떻게 하느냐"고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서였다.

 

5. 한국에서 배제된 그는  이런 식으로 고국 베트남도 잃어버린다. 쩌우는 서울 한복판에서 평형수를 빼버린 배처럼 균형을 잃고 휘청거리며 난파의 위기에 처한다. 여운으로 남겨지는 것은, "출구가 있는가?" "어떻게 할 것인가?""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물음들이다. 작가는 이처럼 모든 것이 돈에 의해 철저히 훼손되어 버린 세계의 암담함을, 그로부터 오는 현기증을 그린다.  

 

6. 대한민국이 세월호이고 베트남이 세월호인 것을 넘어 세계 전체가 세월호로 느껴지도록 그려진 상황에서 해방과  '구조'는 누구에 의해서 어떻게 가능한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고의 침몰 의혹까지 받을 정도로 실추된 정부, 구조하라는 전 국민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결국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그 정부의 권력에 의해서일까? 어떤 공감 능력도 잃어버리고 유가족들의 눈물의 양을 보상금의 양으로 환산하는 계산기가 되어 있는 시민들에 의해서일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세월>>에서 작가는 소조원들을 구조하기 위해 자기희생을 선택한 당과 당원들을, 그리고 송희 아빠 '박'을 긍정적 이미지로 그린다. 박은 송희를 잃고 직장에 복귀해 보지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을 지속할 수 없어 광장에 나와 '아직 그곳에 사람이 있습니다'라고 쓰인 골판지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한다. 투쟁은 주어진 세계로부터 탈출하는 유일한 힘, 기울어가는 세월호에서 생명을 구할 절대적 역능이다. 여기서 『세월』은  비로소 『절대민주주의』와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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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민주주의』(조정환 지음, 갈무리, 2017)

이 책은 전 세계적 정치상황과 사회운동에 대한 경험적 분석을 통해 직접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 속에서 진동해온 민주주의 논쟁을 절대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지평의 발견과 발명을 통해 한 걸음 더 전진시키려는 것으로 이러한 주제의 단행본으로서는 국내외를 통틀어 최초의 책이다. ‘절대민주주의’라는 개념을 통해, 대선 이후 초미의 관심으로 부상할 수밖에 없는 ‘사회대개혁’이라는 문제를 어떤 방향으로 구체화해 나가야 할지를 사유할 개념적 틀과 근거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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