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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조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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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k ☆140자 다지원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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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민주주의적 섭정의 둘째 단계를 향하여

 

조정환(다중지성의 정원)

 

2016년 10월 29일 저녁 메트로폴리스 광장이 있는 청계천으로 촛불을 든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2017년 3월 10일 대통령을 파면시키기까지 광장에 집결한 사람들의 수는 주지하다시피 1600만을 넘는다. 여기에는 어린이와 노인, 청년과 장년, 여성과 남성, 가난한 사람들과 부유한 사람, 내국인과 외국인, 단체와 개인, 학생과 교사, 무명인과 유명인,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나 자영업자 등 온갖 유형의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세대, 계층, 성별, 고용상태, 조직수준 등의 차이를 넘어 한국인 80% 이상의 사람들이 이 촛불흐름에 동조하고 ‘박근혜 즉각퇴진’이라는 촛불의 주장을 지지했다. 2008년 촛불집회 이후 이른바 ‘진보지식인’발 촛불 냉소주의가 확산된 이후 8년만이다. 그들은, 촛불이 이룬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촛불은 쾌락의 평등주의를 주장하는 중간계급의 행동에 불과했다, 촛불의 매혹은 군중이 자아내는 몽환적 현기증이었으며 촛불은 도시의 환등상에 지나지 않았다고 주장했었다. 이런 역사를 고려하면 2016년 말부터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 이 폭발적인 다중결집과 그것의 파급효과는 그러한 냉소적 억견들을 쓸어버리는 홍수와 같은 것이었다. 『절대민주주의』(조정환, 갈무리, 2017)에서 구체적으로 서술한 것처럼, 그것은 2002년 미선·효순 추모촛불집회 이후 단속적으로 그리고 점점 더 큰 규모로 출현하여 사회적 사건들에 대한 전 국민적 성찰을 이끌어내고 2017년에는 마침내 부패한 선출군주의 폐위를 이끌어 낸 촛불집회가 몽환적인 도시의 환등상이 아니라 도시와 국가를 되살리는 실재하는 민주주의적 활력임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촛불다중은 ‘이게 나라냐’라고 외치며 국가로 대표되는 공공장이 잠식되어 해체된 것에 대해 한 목소리로 규탄했다. 국민의 이익과 행복을 도모한다는 명분으로 국민들의 권력을 위임받은 국가가 소수의 비선실세들, 권력자들, 재벌들 등이 사익을 도모하는 도구로 변질되어 국민­다중의 삶을 약탈하고 있음이 명백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촛불다중은, 중립내각 등의 미봉책으로 문제를 수습하려는 국회를 비판하면서 국회가 탄핵의 길로 나아가도록 압박했다. 집회망을 통해 연결된 다중의 직접행동은 헌법재판소로 하여금 박근혜 정부 아래에서 권력과 재벌의 약탈 대상이었던 바로 그 국민­다중들이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근거인 헌법을 만들어내는 힘의 원천”임을 만천하에 인정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 선출된 군주나 선출된 귀족들, 심지어 임명된 귀족들의 권력조차도 국민­다중들의 민주적 권력에 종속된 것임을 스스로 고백하도록 만든 것이다. 촛불의 민주적 활력은 이처럼 타자를 지배하는 힘이 아니라 세상을 밝혀 진실을 드러내고 진로를 가리키는 힘이었다. 그것은 군주정치와 귀족정치 너머에서 그것들의 가능성과 한계를 규정하는 민주적 섭정의 정치력이었고 집회적 직접민주주의를 활성화하면서 국민­다중에서 유리된 대의민주주의를 국민­다중의 정치적 도구로서 재결합하고 재배치하는 절대적 자치력이었다.

 

‘이게 나라냐’는 분명 정동적 표현, 즉 탄식이자 분노였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국민­다중의 공통됨에 대한 직관에 근거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착취와 약탈의 권력 아래에서도 삶의 생산과 재생산의 차원에서는 서로 연결되고 상호협력과 그 협력들의 순환을 통해 삶의 공통장들을 구성해 간다. 그런데 국가가 공적 기능을 발휘하여 삶의 그 잠재적 공통장들을 정치적 공공체로 구축하기는커녕 오히려 삶의 공통장의 흐름을 절단하고 그 공통장들의 생산물에 대한 사적 약탈을 조장, 기획, 실행한다는 충격적 진실 앞에서 터져나온 것이 그 불복종적 분노의 정동이었다. 촛불집회는 국민­다중이 삶의 공통장의 잠재적 협력망과 그것의 민주적 원천력을 회집하여 현행적 국가의 사적 약탈행위를 중단시키고 국가를 그 공통장에 조응하는 방향으로 재구성하려는 새로운 헌법의지의 분출이었다. 박근혜 즉각퇴진은 그 의지를 실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 즉 정치적 최소강령이었던 셈이다. 국가를 공통장의 요구에 조응시키기 위해서는 공적 가명으로 수행되는 사적 통치의 즉각적 중단이 우선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이 공통장 다중의 직접적 회집행동, 즉 촛불집회였다. 즉각퇴진의 요구는 ‘퇴진’이라는 부정의 방식으로 제기되었지만 그 이면에서는 사회적 삶의 생산과 재생산 과정에서 구축된 공통장을 방어하고 그 잠재력을 근거로 삶정치적 공통체와 국가정치적 공공체를 현실화시키려는 긍정적 욕동의 표현이었다.

 

국가가 국민­다중의 복리를 증진시키는 공공적 기능을 수행하기는커녕 사적 약탈기관으로 변질됨으로써 삶-공통장의 생산력을 위축시키는 족쇄로 되어버렸을 때, 이 사태를 치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선 것은 의회나 사법부 혹은 언론에 포진한 귀족들이 아니라 삶­공통장의 민주적 네트워크 그 자체였다. 삶-공통장의 다중들은 거대한 수의 힘으로 귀족적 기관들을 압박했고 예술인간적 역능으로 메트로폴리스 광장들을 유쾌한 극장으로 만들었다. 행동하는 다중네트워크의 힘은 디지털정보네트워크인 SNS는 물론이고 제도언론들까지 삶과 세계를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보도록 자극함으로써 사회 전체를 거대한 각성의 학교로 만들었다. 태풍이 바다를 뒤집어 정화시키듯이 그것은 부패한 공론장을 뒤집어 정화하는 혁명적 역능이었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1조2항),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7조1항) 등 지금까지 사문화되었던 헌법조문들이 다중네트워크의 행동력으로부터 생명력을 얻어 생생한 조문으로 되살아났다. 탈정치적 존재로 인지되어 왔던 국민­다중들이 군주와 귀족들의 통치를 거부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들의 약탈행동과 비리에 대한 탄핵과 진정한 민주적 공공성의 회복을 명령하는 섭정정치의 주체로 나타나면서 정치의 풍경은 크게 달라졌다.

 

대통령 박근혜의 파면으로 인해 치러진 2017년 5월 9일의 대선과 문재인의 선출은 촛불다중의 섭정정치의 연속이자 그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 회집행동을 통해 다중은, 군주는 국민­다중에서 분리된 초월주권자여서는 안 되며 실제적 내재주권자이자 모든 권력의 원천인 국민­다중 전체에 대한 책임 있는 봉사자로 복무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우리는 이제 막 시동된 문재인 정부에게서 이러한 명령을 따르려는 노력을 본다. 현행 헌법도 이미 공무적 군주다움이 군림(지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봉사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정치적 봉사는 국민­다중의 목소리에 대한 경청을 발언으로 전화하고, 국민­다중으로부터의 배움을 가르침으로 전화하는 능력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선출된 군주들이나 선출직 임명직 귀족들이 지금까지 초월적 군림자로 행세하는 모습을 자주 보아왔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개개 군주들의 인성이나 인격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현행 헌법이 국민­다중을 권력원천으로 정의하면서도 실제로는 대의권력자들에게 모든 권력을 귀속시키는 다른 얼굴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40조),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66조4항)는 조항들이나 헌법개정발의권은 국회와 대통령에게 있다는 규정들은 헌법적 힘의 원천인 국민­다중을 입법과 정치로부터 체계적으로 배제시킨다. 심지어 국민­다중은 기본권마저 필요에 따라 제한될 수 있는 취약한 헌법적 처지에 놓여 있다.

 

촛불은 국민­다중이 삶에 내재하는 절대적 섭정주체임을 보여주었다. 이 사실을 헌법적으로 명시하고 구체화하는 것만이 선언된 국민주권과 현실의 제왕적 대통령제의 모순에서 야기되어온 온갖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일 것이고 우리 정치의 헌법적 동요를 중단시킬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국민­다중은 모든 헌법적 결정의 최종심으로 일관되게 정위되어야 한다. 그리고 직접민주제와 대의민주제 모두는 다중들이 삶에서 내리는 자기결정을 돕고 보완하는 제도장치들로 간주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지금 필요한 것은 국민­다중의 내재적 주권이 절대민주적 역량이라는 관점에서 직접민주제와 대의민주제를 상호보완적으로 결합하는 방향의 절대민주주의적 개헌이다. 여기서 직접민주제는 다중이 삶의 내재적 공통성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장치로 기능할 것이며 대의민주제는 대의자들이 그 공통성을 공공성의 체계로 재현하는 장치로 기능할 것이다. 입법을 포함한 모든 대의적 결정들은 국민­다중에 의해 토의되고 거부될 수 있어야 하며 그릇된 대의자들은 국민­다중에 의해 소환되고 해임될 수 있어야 한다. 국민­다중은 헌법과 법률 등 다양한 수준의 삶의 준칙들을 스스로 제안하고 토론하고 표결할 수 있어야 한다. 촛불섭정의 첫 단계는 군주의 민주적 교체였다. 하지만 국민­다중이 군주의 선의에 자신의 삶을 의존하는 헌법적 상태는 끝나야 한다. 그러므로 촛불섭정의 둘째 단계는 절대민주적 헌법의지의 공론화를 통해 공공적 선정의 경험조건을 헌법적으로 창출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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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민주주의』(조정환 지음, 갈무리, 2017)

이 책은 전 세계적 정치상황과 사회운동에 대한 경험적 분석을 통해 직접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 속에서 진동해온 민주주의 논쟁을 절대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지평의 발견과 발명을 통해 한 걸음 더 전진시키려는 것으로 이러한 주제의 단행본으로서는 국내외를 통틀어 최초의 책이다. ‘절대민주주의’라는 개념을 통해, 대선 이후 초미의 관심으로 부상할 수밖에 없는 ‘사회대개혁’이라는 문제를 어떤 방향으로 구체화해 나가야 할지를 사유할 개념적 틀과 근거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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