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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스틱스와 퀴어?

데보라 코웬의 『로지스틱스』 (갈무리, 2017)

 

박해민 (연세대학교 문화학협동과정)

 

* 이 서평은 2017.2.26.(일) 2시 <다중지성의 정원>에서 열린 『로지스틱스』 서평회에서 발표되었으며
(https://goo.gl/DNP15t), 『경희대학교 대학원보』 221호에 게재되었습니다.(https://goo.gl/p5mjNS)

 

 

로지스틱스와 매개하지 않는 삶을 상상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요즘, 데보라 코웬(Deborah Cowen)의『로지스틱스: 전지구적 물류의 치명적 폭력과 죽음의 삶』은 로지스틱스를 중요한 정치적 투쟁의 장소로 바라볼 필요성을 적절하게 제시한다. 저자는 로지스틱스가 보안, 노동, 도시, 시민권, 국가 등의 내용에 중대한 변화를 야기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복잡한 로지스틱스 지형을 상세하게 드러냄으로써 로지스틱스의 과거와 현재, 효과와 문제, 문제와 해결의 방식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퀴어적 개입을 통해 다른 정치의 가능성을 마련한다.

전쟁 물자를 공급하는데 핵심이었던 로지스틱스 기술은 비즈니스 로지스틱스에도 적용되었다(로지스틱스는 애초에 물류 말고도 병참, 군수의 뜻도 가지고 있다. 역자는 두 의미의 얽힘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로지스틱스를 번역하지 않고 원어 그대로 사용했다고 한다). 기업들은 로지스틱스 기술을 바탕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유지하고 확대할 것인지에 관심을 가졌다. 핵심은 로지스틱스 망의 보안이다. 전쟁에서 물류 보급의 차단이 곧 패배를 의미하는 것처럼, 로지스틱스 망 교란은 막대한 손실을 야기한다. 때문에‘홈 없는(seamless)’공간은 로지스틱스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 부상한다.

로지스틱스 기업에게 ‘홈’은 국경, 노조, 해적, 도시 등이다. 신자유주의 시대 정부는 로지스틱스 흐름에 자국이 포함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국경의 의미는 국가나 인구의 보안보다 로지스틱스 흐름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변화한다. 나아가 이는 주요 항구에서 발생하는 노동자 파업을 엄격하고 악랄한 법적·행정적 제재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을 정당화하는 논리로도 작동한다. 노동자들의 파업이 정당한 권리를 위한 싸움이라기보다는 국가 안보, 국익에 심대한 타격을 가하는 것으로만 여겨지는 것이다(저자는 책에서 한진중공업 김진숙의 투쟁을 하나의 사례로 제시한다. 당시 김진숙에게 가해졌던 사회적 비난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를 복기한다면, 저자의 주장이 보다 설득력 있게 다가올 것이다).

아덴 만의 해적이 전 세계 언론에서 다뤄지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이들을 내전에 따른 혼란의 결과로만 조명하는 것은 홈 없는 로지스틱스를 만드는 전략의 일환이다. 이러한 설명은 아덴 만의 사람들을 해적으로 내 몬 로지스틱스와 서구 국가의 폭력을 은폐한다. 아덴 만 해적에 관한 부분적 진실은 해적을 진압할 명분을 국제사회에 제공하지만 그 ‘정의로운’ 진압의 이면에는 로지스틱스의 욕망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아덴 만의 해적이 해상의 로지스틱스 망을 둘러싼 통치를 드러낸다면, 두바이는 로지스틱스와 도시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두바이는 이상적인 로지스틱스 도시이다. 자본의 흐름이 최고의 우선권을 부여받는 두바이에는 “삶의 흔적은 고사하고 혼돈이나 무질서 혹은 폐기물도 없다”. 즉 두바이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부정함으로써 가능해지는 ‘멸균된’ 도시다.

로지스틱스는 ‘자연’의 은유를 활용하고 스스로를 애착의 대상으로 만듦으로써 자신의 영향력을 더욱 극대화한다. 2010년 제작되어 전 세계적으로 방영된, 동물의 이주를 담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다큐멘터리〈위대한 여정(Great Migration)〉에는 로지스틱스 기업이 주요 협찬 기업으로 들어가 있다. 인간이 쳐 놓은 울타리 앞에서 머뭇거리는 동물들의 모습은 시청자가 순환과 흐름을 자연의 질서로 여기게끔 한다. 다큐멘터리 중간에 로지스틱스 기업 TV광고를 시청자가 눈치채지 못할 만큼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연출한 것은 로지스틱스 기업이 ‘대이주’ 다큐멘터리에 후원함으로써 무엇을 얻고자 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또한 ‘We ♥ Logistics’와 같은 캠페인 문구는 밝은 표정의 택배기사와 택배 수신자의 행복한 표정을 연출하는 로지스틱스 광고에 감정적·정동적 가치를 불어 넣는다. 이들의 목적은 로지스틱스에 ‘자연’ 의 당위와 정동적·감정적 애착을 더하는 것이다. 효과는 명백하다. 이들은 로지스틱스의 폭력에 저항하는 정치적 행위를 비(非)자연적인 것, 불쾌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퀴어적 개입

흥미로운 것은 코웬이 퀴어적 개입을 통해 로지스틱스를 교란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퀴어이론은 정체성이 고정되고 생득적인 것이 아니라 수행적으로 구성되는 것임을 젠더와 섹슈얼리티의 차원에서 고찰해왔다. 퀴어 이론을 그저 성적 소수자에 관한 것, 성적 소수자에게 ‘만’ 유효한 것으로 본다면, 결론의 퀴어 이론의 등장은 다소 생뚱맞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퀴어 이론을 코웬이 인용한 푸아(Jasbir K. Puar)의 말처럼 “연구의 주제들이 자신의 모든 퀴어성 속에서 나타나도록 고무”하는 것으로 본다면 로지스틱스에 퀴어하게 개입하는 것이 흥미로운 작업임을 알 수 있다. 내재한 퀴어성을 드러내는 것은 단일하고 강력한 의미와 힘을 지닌 무언가를 허무는 데 유효한 전략이다. 푸아는 정체성·교차성 모델과 배치(assemblages) 모델을 비교하며 전자가 매끄럽고 안정적인 범주들(인종, 계급, 성별, 섹슈얼리티, 국가, 연령, 종교 등)을 생산하고 고착화하는 것과 달리 후자는 그 범주들로 묶일 수없는 강도, 정동, 질감 등에 주목한다고 말한다. 즉 배치는 “존재하기(들)를 넘어선 생성되기(들)를 가능케 한다”(푸아, 「퀴어한 시간들, 퀴어한 배치들」, 『문학과사회 하이픈』, 문학과 지성사, 102쪽).

배치가 고정되고 정형화 된 것을 분석하는 것이 아닌 생성 중인 것을 추적하는 것을 가능케 한다면 퀴어적 개입은 로지스틱스가 만들어낸 순환의 질서를 추적하는데 적절한 방법이다. 자본의 흐름, ‘교란’의 통치, 공간과 권리의 재구성은 로지스틱스가 야기한 오늘날의 중대한 효과들이다. 이 과정을 상세하고 세밀하게 추적하면서 로지스틱스의 현재 지형과 배치를 그리는 것은 로지스틱스 자본의 본성을 다른 방식으로 인지하고 욕망하는 것(BDSM1)이 그러하듯)을 가능케 한다. 거대하고 빠르며 강력해 보이는 로지스틱스 질서 구축 과정에서 교란자(노동자, 항구의 선(先)주민)를 행위자로 전환시킴으로써 말이다. 로지스틱스에 퀴어적 개입을 하는 것은 새롭게 로지스틱스 장에 동참하는 행위자를 기민하게 포착하는 것도 가능케 한다. 전 지구적 자본과 국가를 등에 업은 로지스틱스 자본의 효과로 현재의 대항 로지스틱스 행위자의 역할과 역량이 소진되더라도 배치와 그에 따른 생성에 주목함으로써 로지스틱스 흐름에서 새로운 대항적 행위자를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1) “BDSM은 결박(bondage), 훈육(discipline), 지배(dominance), 굴복(submission), 가학증(sadism), 피학증(masochism)을 포함하는 역할극이나 성적 행위를 말한다.” 코웬은 퀴어 이론이 BDSM을 사물의 본성을 거부하고 이를 새롭게 전유해온 문화적 실천으로 해석해 온 것의 연장에서 이를 로지스틱스 분석에 적용한다.

한편 저자는 로지스틱스 자본의 교란 가능성과 대항 행위자의 지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는다. 각 장의 후반부에 다른 상상력을 자극할 만한 사례를 짧게만 보여준다. 이는 저자가 퀴어 방법론을 사유하는 방식과 관련이 있다. 저자는 깁슨-그레엄(J. K. Gibson-Graham)의 작업(이들은 기존의 자본주의 연구가 자본주의 작동과 그것의 효과에 지나치게 집중함으로써 오히려 자본주의의 헤게모니를 강화시켜왔음을 비판하며, 자본주의 외부를 탐색해 왔다)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이들이 “권력 외부”를 탐구하기에 자신이 생각하는 퀴어 개입과는 거리가 있다고 말한다. 자신이 내부로부터 자본주의(로지스틱스)의 퀴어성을 드러내는 반면, 깁슨-그레엄은 외부에서 자본주의 헤게모니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깁슨-그레엄의 작업은 독자로 하여금 자본주의의 영향력을 상대화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그 계기가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님을 수많은 사례를 통해 입증한다. 또한 퀴어 이론이 언제나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질문해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깁슨-그레엄 식의 작업 역시 로지스틱스 자본을 이해하고 이에 대항하는 데 유용한 방법론이 될 수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로지스틱스 ‘외부’를 그려냄으로써 로지스틱스 자본에 대한 퀴어 개입을 낭만화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내부’의 퀴어성을 드러내는 작업과 함께 진행된다면, 로지스틱스가 만들어내는 경계를 더욱 효과적으로 교란하는 것으로도 나아갈 수 있다. ‘내부’와 ‘외부’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듦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퀴어 개입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참고문헌
데보라 코웬. 2016. 로지스틱스: 전지구적 물류의 치명적 폭력과 죽음의 삶. 권범철 옮김. 갈무리.  
재스비어 K. 푸아. 2016. “퀴어한 시간들, 퀴어한 배치들”. 문학과사회 하이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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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드라』(마커스 레디커, 피터 라인보우 지음, 정남영, 손지태 옮김, 갈무리, 2008)

제국주의 초기 식민지 건설과 노예제 상황을 역사적 사료를 통해 밝혀낸 역사서이다. 공식적인 역사서에서는 만날 수 없는 ‘장작 패고 물 긷는 사람들’, 흑인 하녀들, 혁명적인 해적 선장, 아프리카 노예들, 진정한 아메리카 혁명의 주역인 잡색 부대 등을 만날 수 있다. 히드라는 ‘헤라클레스 신봉자’들에게 맞서 싸운 선원들, 노예들, 평민들 즉 다중(multitude)에게 붙여진 이름이다. 17세기 초 영국 식민지 확장의 시작부터 19세기 초 도시중심의 산업화에 이르기까지, 지배자들은 점점 세계화·지구화되는 노동체계에 질서를 부과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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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자본주의』(조정환 지음, 갈무리, 2011)

'인지자본주의'는 인지노동의 착취를 주요한 특징으로 삼는 자본주의이다. 우리는 이 개념을 통해서 현대자본주의를 다시 사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의 문제설정을 새로운 방식으로 제기할 수 있다. 이 개념을 통해서 우리는, 금융자본이 아니라 인지노동이 현대세계의 거대한 전환과 사회적 삶의 재구성을 가져오는 힘이라는 생각을 표현할 수 있고, 그 노동의 역사적 진화와 혁신의 과정을 중심적 문제로 부각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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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체도시를 구축하라』(이와사부로 코소 지음, 서울리다리티 옮김, 갈무리, 2012)

이와사부로 코소는 ‘유토피아’ 그리고 ‘움직이는 신체’, 유체(流體)라는 두 개의 개념으로 도시를 설명한다. 저자에게 도시란 인류의 꿈과 욕망이 응집된 ‘기획으로서의 유토피아’이다. 이 유토피아를 만들어 내는 두 극은 ‘도시의 구축’과 ‘혁명운동’인데, 어떤 극에서 유토피아 기획이 작동하느냐에 따라 그것은 ‘공간형식의 유토피아’와 ‘사회적 과정의 유토피아’로 구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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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론』(카알 폴 클라우제비츠 지음, 김만수 옮김, 갈무리, 2016)

『전쟁론』은 프로이센의 전쟁 이론가인 카알 폰 클라우제비츠가 쓴 책으로 1832~1834년에 세 권으로 출판되었다. 서양의 정치사상, 국제정치, 전쟁철학, 군사학 분야의 고전으로 인정받고 있다. 클라우제비츠가 살아있을 당시에 유행한 이른바 실증적인 전쟁 이론을 비판했다는 점에서, 즉 전쟁을 물리적, 기하학적인 요소에서 ‘해방’시켰다는 점에서, 그래서 전쟁을 수행하는 인간의 정신과 심리를 고려한 전쟁 이론을 확립했다는 점에서 혁명적인 저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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