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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k ☆140자 다지원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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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불편하고 때로는 아름답지 않은, 도시의 해부학도판

『죽음의 도시, 생명의 거리』


김린(그래픽디자이너)



* 이 글은 문화연대 웹진 『문화빵 15호에 실린 글입니다.

http://www.culturalaction.org/xe/newsletter/139883



정기적으로 이화여대에 갈 일이 있어서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이대앞에서 식사를 하게 된다. 갈 때마다 느끼지만 이 근처에는 왜 이렇게 제대로 된 음식점이 드물까. 십년 전만 해도 꽤나 잘 나가는 중심상권이었던 이곳은 이제 옷과 화장품 쇼핑을 위해 관광버스를 타고 온 패키지 투어 관광객으로나 붐빈다. 뜨내기들에게 소구하는 음식맛 이래 봐야 얄팍할 수밖에. 서울 곳곳의 이러한 흥망성쇄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홍대앞이 젊고 가난한 예술가들의 아지트로 떠오르면서 상업화되고, 거대상권이 들어와 예술가들은 상수, 합정 뒷골목으로 이동한 것은 이미 옛 이야기다. 가로수길에 밀려난 세로수길이 그랬고, 이제는 그나마도 관광지화 되어 버려 이태원 일대가 붐빈다. 그 다음은 또 어디일까?

이삼년 주기로 점점 고속화되고 있는 이러한 자본과 사람의 이동, 그 갈등의 과정을 통해 도시를 해석한 책을 만났다. 이와사부로 코소의 도시3부작 중 세 번째 책, 『죽음의 도시, 생명의 거리』이다. 전작 두 편 『뉴욕열전』과 『유체도시를 구축하라!』는 유희적 산책을 통해 독자를 뉴욕의 도시성 한가운데로 안내한다. 미셀 드 세르토가 지적한 뉴욕, 즉 마천루의 꼭대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본 하늘 위 ‘신의 관점’이 아니라 철저하게 육신적인, 냄새나고 먼지나는 거리를 누비며 관찰한 ‘산책자의 관점’으로 본 뉴욕이 전작 두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현대 디지털 지도에서 명확히 대비되는 ‘위성뷰’와 ‘거리뷰’에 비할 만한 현저히 다른 경험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했던 코소는, 본작에서 또 한번 도시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거리뷰에서도 볼 수 없었던, 화려한 스펙터클 너머의 외면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을 마치 ‘엑스레이뷰’처럼 마주하게 한다. 도시, 거리의 역학관계를 42편의 짧은 에세이들을 통해 조금씩 해부해 가는, 조금은 불편하고 아름답다고만은 할 수 없는 도시의 해부학도판이다.

일본에서 뉴욕으로 이주해간 지 삼십 년이 되어가는 저자 이와사부로 코소. 도시에 이민 온 외부자에서, 도시에 적응하고 뿌리내려 질서 속에 편승된 내부자로 전환해 가는 세월을 겪은 당사자다. 자신을 도시 속에 위치시키는 정체성의 여정과 함께 그의 이야기도 변모한다. 2004~2006년에 걸친 전작 두 편에서 산책자 코소를 보여 주었다면, 이번에는 의식여행자(armchair traveler) 코소가 되어, 걷지 않고도 오사카와 뉴욕을 넘나드는 의식의 여행을 펼친다. 실제로 저자는 전작 두 편을 쓸 때와는 달리 본 책을 쓸 당시에는 자전거 주행이나 도보여행을 할 여유가 없었노라고(6쪽) 고백한다. 그렇기에 코소는 본 책에서 뉴욕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뉴욕만의 이야기가 아닌 거대도시의 공통적 속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이제 코소에게 있어 도시를 이야기하는 것은 특정 ‘장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각종 사회운동, 정치, 이데올로기, 예술, 생태학에대해 이야기하는 시금석이 되었다.(32쪽)

코소는 뉴욕에 처음 발을 딛고 생각한다. 이 도시는 오사카를 닮았다. 도쿄가 아닌 오사카를. 낯선 사람 사이에도 일상적으로 편하게 대화하는 뉴요커의 의사소통방식을 보며, 도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간사이 지방의 사투리로만 나눌 수 있는 소란스러움과 정겨움을 상기한다.(75쪽) 누구나 한 도시를 이해하는 데 있어 다른 도시와의 연관관계 속에서 시작한다. 이렇게 시작된 ‘뉴욕에서 오사카적인 것 발견하기’라는 코소만의 관점은 거대도시 뉴욕에 나 있는 어쩐지 비균질적인 구멍들을 차례로 탐사하기에 이른다.

이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두 가지 질문을 하게 된다. 첫 번째는, 언젠가 한번쯤 이방인이 되어 외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도시를 떠올리며, 그 때 나는 어땠지? 이를테면 나의 런던은, ‘런던+서울’의 유비 속에 끊임없이 움직이는 유체였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된다. 두 번째는, 철저하게 안쪽의 사람으로 살아가는 현재의 도시에서 외부자에게 보여질 이곳은 어떤 모습일까? 이미 서울은 ‘스스로의 신체 안에 다른 도시를 지니고 온’ 이주자들의 이동, 생산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 도시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자본의 논리에 의해 멸균되어가는 도시 서울. 그 외모가 아름다울수록 보이지 않는 ‘사회적 과정’이 억눌리는 경향이 있다(250쪽)는 코소의 말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 책을 집필하는 시기에 공교롭게도 저자는 미국의 시민권을 갖게 된다. 긴 이민 생활 끝에 내린 존재론적 결단이다. 이제는 공식적으로 ‘안쪽의 사람’이 된 코소가 다시 한 번 일본이라는 동아시아의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구축해 갈 새로운 도시 이야기가 기대된다. 같은 동아시아의 끝에 위치한 우리는 그의 책을 통해 어떻게 북미의 한 도시를 읽어낼 수 있을까. 또한 동시대 거대도시의 몰락현상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서울로 눈을 돌릴 때, 독자 개개인의 해석을 기다리는 ‘거리’의 이야기들이 살아서 돌아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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