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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미학_정동과 정서

 

□ 정동과 정서 세미나 ∥2017년 7월 17일∥발제자: 권혜린 □

황수영, 『베르그손, 생성으로 생명을 사유하기』 3부 1장

 

 

1.1. 시몽동에 의하면 다양하게 나타나는 개체에 대한 설명들은 한 가지 중요한 점을 결여하고 있다. 형상질료설이든, 원자론이든, 또는 데까르트식의 실체론이든, 모든 철학적 입장들은 (…) 개체를 이미 이루어진 것, 주어진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그 기원과 생성하는 과정을 도외시하고 있다. (…) 개체화의 원리를 개체에 앞선 실재 속에서 찾을 경우 개체화는 단순한 개체발생의 기계적 작동과정에 불과하게 된다. (…) 시몽동은 전통적 입장들이 고정적 원리에 입각해서 실재의 역동적 과정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것이다. (229~230)

 

1.2. 시몽동의 형상질료설 비판은 두 가지로 이루어진다. 한편으로 시몽동은 형상질료적 모형의 의인적(anthropomorphique) 특징을 드러내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 모형이 결여하고 있는 에너지 조건을 부각시킨다. 가령 벽돌을 주조하는 사례는 비록 물체의 개체화이지만 인간의 가공이 들어간 인간적 의미의 개체화이다. 다른 한편 벽돌의 주조에는 재료와 그것을 찍어낼 주형(moule), 다시 말해 질료와 형상만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고 에너지를 전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에너지 조건은 구조적 조건과 더불어 개체화의 중요한 조건으로 제시된다. (232~233)

 

1.3. 기술이란 그것을 필요로 하는 인간 혹은 생명의 활동을 제외하고는 이해할 수 없다. 기술적 작용은 특수한 의도를 가지고 특수한 순간에 수행된다. (…) 기술은 인간이 생명적 욕구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233)

 

1.4. 시몽동은 생성과정에 주목해서 형상과 질료의 절대적 구분을 없애고 질료의 적극적 성질을 드러낸다. (…) 시몽동은 형상의 순수성을 부정하고 질료의 적극적 특성과 에너지의 전달과정을 부각시킨다. (235~236)

 

1.5. 시몽동은 현대과학에서 도입된 개념들로 새로운 체계를 구성하려 한다. 그중에서도 정보이론으로부터 도입한 요소로서 질료의 ‘내적 공명’이라는 특징을 빼 놓을 수 없다. (…) 퍼텐셜에너지는 바로 내적 공명을 통해 체계 전체에 전달된다. 그래서 시몽동은 형상은 ‘정보/형태부여(information)’라는 작용으로 바꾸어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몽동은 정보라는 말을 단순히 전언내용이 아니라 ‘in-for-mation’이라는 말의 어원을 살려 형태부여라는 말로 사용한다. 이는 개체화과정에서 계속되는 역동적 형태변화를 지칭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236)

 

1.6. 내적 공명이 있는 것은 질료가 이미 어떤 방식으로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 이 구조적 특징이 질료의 ‘내재 형상’을 구성하는 동시에 한 개체를 바로 그것이게 하는 ‘현존재성’의 기원이 된다. (…) 시몽동은 이른바 질료라고 하는 것 안에 자신만의 독자적인 본질 (…) 이 존재한다는 의미에서 그 말을 사용한다. ‘현존재성’이라는 말은 어떤 사물을 바로 그것이게끔 하는 특징이다. 그러므로 내재형상은 따로 존재하는 것도, 그 자체로 무규정적 질료에 부과되는 것도 아니며 개체화 과정과 동시적으로 현존재성을 가능하게 한다. 물론 개체화 과정은 다수의 역사적 우연, 즉 사건적 요소를 포함한다. (…) 내재형상은 이러한 사건적 요소와 더불어 개체의 ‘현존재성’을 구성한다. (237)

 

1.7. 물리적 세계에서 이미 개체화하는 특이성이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준 점이 시몽동의 독창성 중의 하나로 꼽힐 수 있다. 이 개체화하는 특징은 물론 자연적인 것이어야 한다. (…) 무정형 용액의 입자들은 방향이 없이(등방성) 무질서하게 혹은 ‘준안정적인’ 상태로 배열되어 있다. 대체로 압력을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온도를 내리면 열의 방출과 함께 무정형 상태에서 결정 상태로 이행한다. (…) 이것은 불연속적이고 비가역적인 에너지 변화 과정이다. (…) 시몽동은 에너지 조건 외에 ‘특이성 조건’을 제시한다. 가령 한 결정의 독특한 구조는 무정형 용액 안에서 일종의 싹(germe)의 형성을 계기로 생겨나기 시작한다. 싹의 형성은 임계적 특징을 나타낸다. 임계성은 동일한 물질이 상태 변화를 하게 되는 조건을 말한다. (…) 싹은 상태 변화를 유발하는데 변화된 상태는 새로운 구조를 보여준다. (…) 싹은 역사적 특징을 갖는 일종의 ‘사건’으로 등장한다. (…) 결정의 싹은 일단 구조화를 시작하면 주변 환경이 준안정 상태인 한, 성장을 멈추지 않는다. (…) 싹은 아주 작은 미시적 단위로부터 시작하여 점차 내적 공명을 확대하여 거시적 체계로 이행한다. 개체화는 “미시계와 거시계의 중개이자 소통”을 보여준다. (238~241)

 

1.8. 전개체적 상태는 안정상태도 아니고 불안정한 상태도 아닌, 불안정한 에너지들이 그럭저럭 평형을 이루고 있는 준안정적인 계이다. 시몽동에 의하면 그것은 개체화의 필수조건이다. (…) 시몽동은 이 에너지가 순수한 가능태가 아니라 가능적이면서도 ‘실재적’이라고 주장한다. 그것이 실재적인 이유는 현실적으로 계 안에 존재하면서 변형의 동력이 되기 때문이고, 가능적인 이유는 계의 변형이 가해져야 현실화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화되기 이전의 퍼텐셜에너지들은 서로 이질적이어서 상호작용할 수 없으며 양립불가능한 상태로 공존한다. 시몽동은 이러한 상태를 “하나 이상의 것” 혹은 “단일성과 동일성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243~244)

 

1.9. 전개체적 존재는 생성하려는 힘이기 때문에 자기 자신과 동일한 상태로 있지 않다. 그것은 자신 안의 양립불가능한 퍼텐셜들을 실현시키면서 생성한다. (…) 개체화는 전개체적 상태의 퍼텐셜에너지들을 서서히 고갈시키면서 구조화를 이루어낸다. 그러나 퍼텐셜에너지는 개체화 이후에도 완전히 고갈되는 것은 아니다. 개체화 이후에도 실현되지 않은 전개체적 상태는 “개체에 연합된 에너지나 장”의 형태로 남아 있다. 그래서 개체는 언제나 “개체-장” 혹은 “개체-환경의 쌍”으로서만 존재한다. 이와 같이 개체화는 시공적으로 일정한 경계를 갖는다. (245)

 

1.10. 개체화의 결과인 개체는 상대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개체화는 결코 한 번으로 완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 이처럼 개체의 상대성을 주장하기 위해 시몽동은 열역학의 ‘상전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 이것은 영속적 변화 속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형태를 얻는 단계이다. (…) 상전이는 시몽동식 생성의 다른 이름이다. 하지만 생성은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상보적인 관계를 이룬다. (…) 존재자는 “다상적 존재자”이다. 이 다상적 특징은 외적 관점이 아니라 존재자의 내적 본성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 다상적 존재자는 내적 공명과 ‘정보/형태부여’의 과정에 의해 분화되고 소통하며 무한히 증폭되는 존재자이다. (245~248)

 

1.11. 결정의 개체화에서 시작한 시몽동은 물질적 생성의 우선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전개체적 상태로부터 역동적 과정에 의해 물질적 개체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뒤이어 더욱 심화된 역동성에 의해 생명적 개체화가 가능하다. (251~252)

 

1.12. 물리적이든, 생명적이든, 생성은 전개체적 상태를 필요로 하는데 이 전개체적 상태는 불안정하고 불균등한 힘들, 긴장들이 양립하고 있는 상태이다. 물리적 개체화는 이러한 긴장들의 ‘해소’의 양태이다. 한편 생명적 개체화에 대해 시몽동은 ‘문제제기’와 문제들의 ‘해결’이라는 개념들을 내놓는다. (…) 이 문제의 해결이라는 말은 생명체가 ‘의미’를 발견하는 존재자라는 것과도 연결된다. 문제를 문제로 느끼는 데서,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는 데서 의미가 발생한다. (258~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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