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자 다지원 소식
□ 다지원 미학/시학 세미나 ∥2010년 8월 20일∥발제자: 권승재
텍스트: 발터 벤야민,『아케이드 프로젝트 4 - 방법으로서의 유토피아』, 조형준 옮김, 새물결, 2008, 43~64쪽.
1.01 꿈의 집의 세련된 변형태. 그로피우스의 파노라마관에 들어갔을 때 받은 인상이 이렇게 기술되어 있다. “헤라쿨라네움 풍으로 장식되어 있는 방 한가운데에 조개를 상감 세공해 만든 수반水盤이 있었는데,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작은 분수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잠시 붙잡는다. 그곳으로부터 정면에 있는 작은 계단으로 곧장 올라가면 유쾌한 느낌을 주는 독서실이 나오는데, 거기에는 특히 외부 손님에게 이 관을 소개하는 책들이 전시되어 있다.” 에리히 스텡거, 『베를린에 있는 다게르의 디오라마』, 24/25페이지. 불워의 소설. 유적의 발굴은 언제 시작되었는가? 카지노의 로비 등은 꿈의 집의 이러한 우아한 변형태 중의 하나이다. 왜 실내의 분수가 몽상을 자극하는지를 검토해볼 것. 그러나 무심코 찾아간 사람이 이러한 꿈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턱을 넘어서자마자 얼마나 큰 경악과 숭고함에 휩싸이게 되는지를 빠짐없이 헤아리려면, 폼페이와 헤르쿨라네움은 한 세대 전에야 발굴되었으며, 게다가 이 두 도시를 용암이 삼켜버려 멸망했다는 사실에 대한 상기에는 대혁명에 대한 상기가 은밀하고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급작스런 대변혁이 앙시엥레짐 양식에 종지부를 찍자 사람들은 땅 속에서 파낸 것을 서둘러 영광스러운 공화국의 양식으로 삼았으며, 종려나무 잎 무늬나 |코린트식 기둥머리의| 아칸서스 잎 양식, 소용돌이 무늬가 이전 세기의 로코코 회화와 중국풍의 장식 양식을 대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고대■ [L 1, 1]
1.02 집단의 꿈의 집들: 아케이드, 온실, 파노라마, 공장, 밀랍 인형 박물관, 카지노, 역. [L 1, 3]
1.03 실내 공간이 외부로 나간다. 그것은 마치 부르주아지가 자신의 행복을 확신하는 나머지 집의 정면 따위는 무시하고 내 집은 어느 쪽에서 잘라 보더라도 모두 정면이라고 선언하는 것과 비슷하다. 전 세기 중엽에 지어진 베를린의 집에서 특히 이러한 정면을 많이 볼 수 있다. 출창이 밖으로 나와 있는 것이 아니라 니치처럼 안쪽으로 들어와 있다. 거리가 방이 되고, 방이 거리가 된다. 지나가다 멈춰 서 이러한 집을 보는 사람은 말하자면 그러한 출창 안에 있게 되는 셈이다. ■산책자■ [L 1, 5]
1.04 꿈의 집에 대해. 신전으로서의 아케이드. 부르주아적인 아케이드들에서 볼 수 있는 어두침침한 시장bazar에 단골로 다니는 사람에 대해. ― 그러한 사람들은 “파사주 드 로페라에 들어서면 거의 대부분 그러한 곳은 자기가 올 곳이 아니라고 느끼게 될 것이다. 왠지 거북한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을 것이다. 아무래도 있기가 편치 않은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있으면 마치 신전에라도 들어간 것처럼 주인이 된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100과 1의 책』, 71페이지. [L 1, 6]
1.05 계단에 각양각색의 유리창이 끼워지기 시작한 것에 대해 ― 게다가 이 계단의 바닥은 밀랍으로 반질반질하게 닦여 있는 경우가 많았다! ― 알퐁스 카르는 이렇게 쓰고 있다. “계단은 지금까지 친구와 소통하고 왕래하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다 적이 집 안으로 침입하는 것을 막는 군사적 구축물로 간주되어왔다.” 알퐁스 카르, 『300페이지』, 198/199페이지. [L 1, 7]
1.06 아케이드는 아무런 외부도 없는 집이거나 통로이다. ― 꿈처럼. [L 1a, 1]
1.07 집단의 꿈의 집의 가장 두드러진 형태가 박물관이다. 박물관에는 한편으로는 학문적 연구, 다른 한편으로는 ‘악취미를 가진 꿈결 같은 시대’의 요청에 부응하는 변증법이 존재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거의 모든 시대가 각각의 내적인 성향에 따라 특정한 건축 분야를 특별히 발전시키는 것 같다. 고딕 시대는 대성당을, 바로크 시대는 궁전을 말이다. 그리고 19세기 초에는 회고적 성향이 강했기 때문에 과거에 푹 빠질 수 있었다. 박물관이 그것이었다.” 지크프리트 기디온, 『프랑스의 건축』, 36페이지. 과거에 대한 이러한 갈망은 나의 분석의 주요한 대상과 비슷한 측면을 갖고 있다. 나의 분석의 관점에서 볼 때 박물관 내부는 거대한 크기로 확대된 실내이다. 1850~1890년 사이에 박람회가 박물관을 대신하게 된다. 양자의 이데올로기적 토대를 비교해볼 것. [L 1a, 2]
1.08 꿈의 집으로 가는 박물관. “우리는 부르봉 왕가에서부터 벌써 집안의 선조를 기리고 프랑스의 과거의 역사의 영광과 의의를 재인식되도록 하는 것을 얼마나 중시해왔는가를 살펴보았다. 그리하여 그들은 루브르의 천장에도 프랑스 문화의 발전과 역사의 중요한 국면을 그려넣도록 했다.” 『현대 프랑스 회회사』, 424페이지 [L 1a, 7]
1.09 박물관과 실내 공간의 밀접한 관계Verschränkung. 샤브리야(1882년, 앙비귀 극장장)는 어느 날 ‘아케이드 드 로페라의 시계 바로 위에 있던’ 밀랍 인형관을 통째로 상속받았다(아마 오래된 아르트코프 미술관이었을 것이다). 샤브리에의 친구 중에는 재능 있는 도안 화가가 하나 있었는데 그는 집이 없었다. 그는 밀랍 작품들 중 콜레라 환자들을 병문안하는 장면을 묘사한 것들이 있는데, 여기에 사용된 침대에 청결하고 깨끗한 이불을 뒤집어 쓴 환자들이 누워있다는 걸 알았다. 도안 화가는 콜레라 환자를 들쳐 업고 나와 바닥에 눕힌 후 자기가 침대 안에 눕기를 바랐고, 밀랍 인형에 관심 없던 샤브리아는 그렇게 하도록 허락했다. 그리하여 호텔에서 쫓겨는 이 예술가는 콜레라 환자의 침대에서 밤을 보내고, 간호사의 눈길과 황후의 미소를 받으며 눈을 떴다. 쥘 클라르티, 『파리의 삶, 1882년』, 301페이지. [L 2, 2]
1.10 아케이드의 꿈의 집은 성당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아케이드의 건축 양식이 종교까지 파급된 셈이다. 노트르담 드 로레트에 대해. “이 건물 내부가 고상하다는 것은 더 이상 논할 여지가 없다. 다만 그것이 성당 내부답지 않을 뿐. 화려한 천장은 가장 화려한 무도회용 홀을 장식할 만하다. 우아한 청동 램프들은 이 도시에서 가장 우아한 카페에서 가져온 것 같다. S. F. 라르스, 「파리에서 온 편지」(『유럽 ― 교양 세계의 연대기』, 209페이지) [L 2, 4]
1.11 누구나 한 번쯤 꿈속에서 문이 닫히지 않아 놀랐던 체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그러한 문들은 닫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런 현상을 나는 꿈속에서 알게 댔다. 꿈속에서 나는 친구와 함께 있었는데 우측에 있던 한 집에서 유령이 나왔던 것
이다. 우리가 앞으로 걸어가자 유령은 모든 집 안에서 우리를 쫓아왔다. 우리가 아케이드들을 통과해가며 만들어나가는 통로 또한 근본적으로는 유령의 길과 비슷해 거기서는 문도 열리고 벽들도 아무 소용이 없게 된다. [L 2, 7]
1.12 밀랍 인형은 인간성이라는 가상이 전도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무대이다. 밀랍 인형은 인간의 외모를 완벽하게 표현하기 때문에 인간의 가상의 이러한 재현 자체가 전도된다. 그러한 인형은 인간의 내부와 의상 간의 무시무시하고 교묘한 매개를 체현하게 된다. ■패션■ [L 2a, 1]
1.13 “낭만파의 성공으로 1825년경 현대회화의 상거래가 생겨났다. 이전 회화 애호가들은 직접 화가의 자택으로 찾아갔었다. 지루, 쉬스, 비낭, 베르비유 같은 회화 도구상들이 중개 역할을 시작했다. 최초의 상설점은 1829년 구필에 의해 개설되었다.” 뒤베크/데스프젤, 『파리의 역사』, 359페이지. [L 2a, 4]
1.14 베르사유 미술관의 탄생에 대해. “드 몽탈리베 씨는 필요하다고 결정된 만큼의 회화를 빨리 구입하고 싶어했다. 닥치는 대로 그림을 구했으나 의회가 비난하자 싸게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절약이 시대의 풍조였다. …… 당시 화단의 거물들은 추악한 거래에 빠져 있었다. 베르사유 미술관의 모사품 ․ 모작품은 예술을 고물로 거래하는 지도적 예술가들의 탐욕을 보여주는 한심한 증거이다. …… 비즈니스와 산업이 예술의 높이까지 올라가기로 결심했음에도 예술가는 …… 예술을 투기에 팔아 넘겨 예술의 전통을 장사 나부랭이로 왜소화시켜버렸다.” 후자는 [1837년경] 화가들이 본인들이 주문받은 일을 제자들에게 떠넘긴 일에 관한 언급이다. 가브리엘 펠랭, 『아름다운 파리의 추악함』, 85페이지, 87~90페이지. [L 3, 5]
1.15 해저에서 보석상을 운영하고 있는 게르슈테커 상회에 대해. “우리는 해저 보석 상점이 있는 홀로 들어갔다. 견고한 대지로부터 그토록 멀리 떨어져 있는 게 가능할 줄은 아무도 믿을 수 없을 것이다. 거대한 돔이 …… 전기로 조명된 쇼윈도가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점포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고객들도 흘러넘치는 등 활기 넘치는 쇼핑센터 전체를 덮고 있다.” 레오 클라르티, 『기원에서 서기 3000년까지의 파리』, 337페이지. 아케이드의 종언이 시작된 순간에 이러한 이미지가 재등장하는 것은 상당히 특징적이다. [L 4, 2]
1.16 여행을 떠나면 부르주아들은 이 계급에 따라다니는 굴레를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착각하게 되는데, 온천 휴양지에 오게 되면 부르주아지는 상류 계급에 속해 있다는 의식을 한층 강화하게 된다. 거기서 봉건 계급과 접촉할 기회가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 모르낭은 좀더 기본적인 사정을 지적한다. “파리에는 이곳보다 많은 군중이 있지만 그들은 이쪽 군중처럼 동질적이지 않다. 왜냐하면 파리의 군중들 대부분은 제대로 식사를 못하거나 한 끼도 먹지 못하기 때문이다. …… 하지만 바덴바덴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곳에선 누구나 행복하다.” 펠릭스 모르낭, 『온천 휴양지에서의 삶』, 256/257페이지. [L 4a, 1]
1.17 광천수를 마시는 방에서 생각에 잠겨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는 것을 잘 이용하고 있는 것은 예술품 알선업이다. 예술 작품을 통해 갈고 닦은 명상적인 태도는 서서히 진열된 상품을 앞에 둔 듯한 탐욕적인 태도로 바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광천수 마시는 홀 앞이나 …… 이러한 이탈리아-그리스-독일풍의 열주들이 늘어서 있는 프레스코화로 장식된 회랑 아래를 산책한 뒤 안으로 들어가 잠깐 신문을 읽은 후 미술품 값을 깎고, 수채화를 쳐다보고 가볍게 한잔 한다.” 펠릭스 모르낭, 『온천 휴양지에서의 삶』, 257/258페이지. [L 4a, 2]
1.18 「너그러운 노름꾼」에서 보들레르는 지옥의 도박장에서 악마와 만난다. “눈부실 정도로 밝은 지하의 한 처소로 내려갔는데, 파리 지상의 어떠한 상류층 주거에서도 유사한 예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사치스럽고 세련됐다.” 샤를 보들레르, 『파리의 우울』, 49페이지. [L 4a, 5]
1.19 백화점과 박물관은 여러 모로 관련이 있으며, 이 양자 사이는 상점bazar이 연결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박물관에는 예술 작품이 모이는데, 이것이 예술 작품을 상품에 가까운 것으로 만든다. 따라서 이러한 상품이 대량으로 제공되면 지나가는 사람은 분명히 이러한 상품의 일부에 자기를 동화시켜야 하리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